"아프간은 美 무기 실험장" : 워싱턴 포스트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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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군은 9·11 테러가 발생한 지 불과 8일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겨냥한 신무기 개발에 착수했으며,아프가니스탄을 각종 첨단무기와 군사기술의 실험장으로 이용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6일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성공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1백50가지 첨단무기 프로젝트를 논의해 이중 열고압 폭탄(Thermobaric)·공대지 크루즈 미사일·폭발물 추적 핵공명 장치 등 세가지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는 국방위협감소국(DTRA)의 과학자 수십명은 아프가니스탄 동굴에 은신한 탈레반과 알 카에다의 씨를 말려버릴 초강력 폭탄을 만들라는 특수 임무를 하달받고 밤샘작업 끝에 지난해 12월 중순 열고압 폭탄을 완성했다.

BLU-118B로 명명된 이 폭탄은 사람 폐속의 공기를 빨아들여 질식사를 유도하는 대량살상무기로 이달 초 아프가니스탄 동부의 '아나콘다'작전에서 가공할 위력을 선보이며 데뷔전을 치렀다.

또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한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첫 전투력 검증시험을 마쳤고, 미 특수부대가 사용한 휴대용 레이저 탐지장비인 '바이퍼'는 탈레반군의 은신처를 B-52 전폭기에 정확하게 알려줬다.

공군은 또 프레데터로부터 AC-130 공격기의 컴퓨터에 공격물 정보를 오류없이 전송하는 기술을 시험했고, 해군 역시 EA-6B 프롤러라는 정찰기를 띄워 적 지상군의 통신체계를 효과적으로 교란하는 작전을 처음으로 수행했다.

미 국방부는 1994년 이후 총 6억8천8백만달러(약 8천9백4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 첨단무기와 군사기술을 개발했으며 이중 ▶무장 무인 항공기▶첨단 레이더▶정조준 폭탄 등 30가지를 아프가니스탄에서 시험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당 3천만달러를 호가하는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가 추락하는가 하면, 미 지상군이 위성에 틀린 정보를 제공해 오폭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는 등 적잖은 희생을 치렀다고 신문은 밝혔다.

전직 CIA 요원인 전략예산평가센터의 마이클 비커는 "전장은 완벽에 가까운 실험장"이라며 "군사력이 월등한 나라가 그렇지 않은 적과 싸울 땐 이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더 많은 무기를 실험하고 그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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