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축구로 '16강 희망'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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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터키 같은 강팀을 만나 좋은 경기를 펼쳐 기쁘다.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경기였다."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27일(한국시간) 새벽 터키와의 평가전을 0-0으로 마친 후 차분하게 소감을 말했다. 비록 득점 없이 무승부로 끝났지만 선전(善戰)임에 틀림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5위로 전형적인 유럽 축구를 구사하는 터키를 맞아 힘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경기 주도권도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월드컵 본선에서 희망을 갖게 할 수 있게 했다.

<관계기사 42면>

더구나 평가전이 열린 독일 보훔 스타디움은 이 지역에 거주하는 터키인들이 많이 입장해 터키 홈구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날 한국은 공격·수비·미드필드 전 부문에서 뚜렷한 흠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안정된 경기를 펼쳤다.

전지훈련 중 꾸준히 실시한 체력강화 프로그램의 효과가 나타난 듯 한국선수들은 엄청나게 많이 뛰면서 빠른 축구를 했다. 터키 선수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미드필드에서 최전방으로 한번에 찔러주는 기습공격, 2대1 패스에 의한 중앙 돌파, 하프라인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공격권을 빼앗아오는 조직력 등 보기 좋은 장면들을 자주 연출했다.

김광명 기술부위원장은 "수비진에게 90점, 미드필더에게 80점을 줄 만한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홍명보가 주축이 된 최종 수비진과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의 협력수비는 스트라이커 하칸 수쿠르를 비롯한 터키 공격진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양 사이드의 송종국과 이영표는 공격과 수비를 오르내리며 안정된 플레이를 했다.

다만 후반 30분쯤부터 10분간 수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둥댔던 점과 돌파에 성공하고서도 부정확한 마지막 패스로 여러 차례 득점찬스를 무산시킨 장면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보훔(독일)=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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