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α = 美기종 결론> 왜 F-15K 내정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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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내외의 큰 관심 속에 진행된 공군 차기 전투기(FX) 기종이 미국 보잉의 F-15K로 사실상 결론났다.

◇미국제 선택=한국은 결국 미국을 선택했다. 국방부는 처음부터 한·미 동맹을 중시해 '같은 값이면 미국제를 산다'는 원칙을 세우고 공청회를 거쳐 2단계 방식의 평가 방법을 지난해 12월 확정, 발표했다.

1단계 평가 결과 1,2위를 한 기종 사이의 점수 차이가 3% 이내면 '같은 값'이라고 보고 2단계로 넘어간다.

2단계에선 연합작전·군사 협력·한반도 평화 정착 등에 미치는 영향과 양국 간 수출입 비중 등을 고려하게 돼 미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F-15K는 다른 경쟁 기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된 전투기인데도 1단계의 네가지 평가 항목 가운데 한·미 관계가 작용하는 군 운용성과 임무수행 능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이처럼 F-15K를 선택함으로써 지난해 9·11 테러 이후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한·미 동맹 관계를 강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한·미 연합전력의 '상호 운용성'이라는 기술적·군사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반세기 이상에 걸친 한·미 동맹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FX 사업의 기종 간 경쟁은 국제적으로 보기 드물게 치열했다. 프랑스 다소 등 경쟁 업체들이 미국에 비해 불리한 입장임에도 가격 인하와 기술 지원 등 공세를 펼쳐옴에 따라 F-15E 전투기가 처음으로 외국에 의해 시험평가를 받기도 했다.

◇전략 능력 향상=한국이 FX 기종으로 F-15K를 선택함에 따라 우리 공군의 전략적인 능력이 한 차원 높아지게 됐다. 일본의 신예 전투기 F-2와 중국·러시아의 Su-35에 비해 F-15K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독도 분쟁이 벌어진다면 공군 F-15K가 날아가 한바탕 시위를 벌일 수도 있게 됐다. 현재 공군 주력기인 F-16은 한번 연료를 주입하면 독도에 날아가 겨우 5분 가량 전투 기동을 할 수 있는 데 비해 F-15K는 30분 이상 전투를 벌일 수 있다.

◇국산 전투기 개발=F-15K 생산이 이뤄지면 국산 전투기(KFX)의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국방부는 FX 사업을 추진하면서 네개 업체의 경쟁을 유도해 기술 등을 제공받는 절충 교역 비율을 계약 금액의 30%에서 70%로 상향 조정했다.

보잉의 경우 복합재 및 스텔스 형상 설계, 무장 제어, 디지털 조종(FBW) 설계 기술, 전자동 엔진 장치, 시험평가 등에서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능동형 전자식 레이더 설계 기술 등 항공전자 부분은 다소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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