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북한 낙하산이?" 軍 새벽까지 위기조치반 가동

중앙일보

입력

“군자봉 하늘에 낙하산 같은 물체가 떠 있어요. 마흔 개도 넘는 것 같아요.” 112에 한 중년 남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신고해 온 것은 16일 오후 8시 15분쯤. 경기 안산의 한 야산에 낙하산 같은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아내도 함께 봤다. 사진도 찍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신고는 인근 경찰서인 안산 단원경찰서로 접수됐다. 경찰이 즉시 이를 인근 군부대에 통보했고, 해당 부대와 단원경찰서가 총 출동해 인근 수색과 탐문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북한이 도발을 선언한 시점이라 극단적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현장 판단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 군의 공중 침투를 가정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해당 야산과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낙하산과 비슷한 물체를 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낙하산 같은 게 있어서 휴대전화로 찍어놨다”는 또다른 중학생이 나왔다. 희끄무레한 물체가 야산을 넘어가는 모습이었다. 초기 신고자의 카메라에 찍힌 사진은 좀더 선명했다. 희끄무레한 물체가 끈으로 서로 연결된 채 공중에 떠 있었다.

군은 자정께 위기 조치반을 가동했다. 김태영 국방장관과 이상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긴급 소집돼 벙커에서 수색을 지휘했다.

자정쯤 수색반이 사진 속 비행 물체로 보이는 것을 야산에서 찾았다. 터진 풍선이었다. 풍선엔 어린이 글씨로 소원을 적어넣은 리본이 붙어있었다. 풍선의 색깔 등이 카메라 속 물체와 일치했다. 군 조사 결과 이 풍선은 인근 어린이집에서 ‘소원 빌기’ 행사를 하며 띄운 것이었다. 아이들의 소원을 적은 리본을 풍선에 묶어 10개씩 연결해 띄웠다는 것. 이것이 야산을 넘어가다 주민들에게 포착된 것이었다.

군ㆍ경은 풍선 잔해와 카메라 사진 등을 비교한 끝에 ‘대공 용의점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17일 새벽 1시 45분이었다. 풍선 해프닝으로 5시간 가까이 군ㆍ경이 수색에 나선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 풍선 때문에 지역 군ㆍ경력이 총출동했다는 것이 허탈하긴 하지만 한편으론 다행스럽다”며 “민감한 시국이라 주민들이 좀더 투철한 안보 정신으로 신고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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