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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카드'에 영업정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가계(家計)부실화의 한 요인으로 꼽히는 신용카드의 과잉영업 문제가 결국 일부 카드회사의 부분 영업정지로까지 번졌다. 이 조치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규정을 어긴 카드회사에 1차적 잘못이 있으나 제재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삼성·LG·외환카드사에 일정 기간 신규 카드회원 모집을 정지시키는 등 중징계를 내렸다. 최근 금융당국이 실시한 특별검사 결과 8개 전업카드사와 17개 은행계 카드사들은 무자격 미성년자 4백여명에게 카드를 발급했고, 미성년자 1천8백여명에게 카드를 내주면서 부모 등에게 발급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회사들은 과거 당국의 검사에서 시정지시를 받고도 이같은 불법 영업을 되풀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이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나아가 가계 부실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신용카드 현금대출 연체율은 평균 7.4%로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1.21%)을 6배나 웃돌고 있다. 카드 대금이 밀린 신용불량자 수는 2백45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대가 40만명을 웃돌고 있다. 미성년 신용불량자도 1만2천명에 이른다. 지난해 가계 빚은 총 3백42조원으로 전년보다 75조원(28%) 가량 늘어났는데,이 가운데 20조원 이상이 현금서비스나 할부구매 등 카드 관련 빚이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당국의 중징계는 당연한 것이다. 앞으로도 카드사들의 불법·변칙 영업행위에 대한 단속은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신용사회 구축의 일환으로 카드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당초 정책의 골간이 손상되지 않도록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해서는 안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민 생활에서 카드 사용이 일반화됐을 뿐 아니라 내수경기도 카드 수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경제활동에 관한 제반 상황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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