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중의 별 3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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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시상식의 '왕중왕'은 뭐니뭐니 해도 '몬스터스 볼'로 여우 주연상을 거머쥔 '흑진주' 핼리 베리(34·사진)였다.

흑인 여배우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놀라운 영예를 누리게 된 그녀는 흥분된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이어가다 "이 상이 내게 오기까지 74년이 걸렸다"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베리는 식장에 입장하면서부터 보수적인 차림새를 고수한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상반신이 훤히 비치는 포도주빛 시스루 드레스로 사진기자들의 촬영 공세를 한 몸에 받았다.

베리의 수상은 '아이리스'의 주디 덴치나 '인 더 베드룸'의 시시 스패섹, '물랭 루즈'의 니콜 키드먼 등 쟁쟁한 여배우들을 물리친 것이어서 더욱 빛을 발한다.

수상작인 '몬스터스 볼'에서 그녀가 맡은 역은 사형당한 남편이 감옥에 있을 때 교도관이었던 남자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레티샤다. 베리는 남편을 전기의자에서 잃은 뒤 아들마저 사고로 죽는 비운의 여인을 열연했다. 특히 빌리 밥 손튼과 그녀가 나누는 길고 격렬한 정사 장면은 상처받은 두 영혼이 치유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절찬을 받았다.

국내 관객들에게 베리의 얼굴은 그다지 알려져 있는 편은 아니다. 1991년 스파이크 리의 '정글 피버'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한 그녀는 98년 워런 비티 감독의 '불워스'로 큰 성공을 거뒀다. '엑스멘''스워드 피시'등 액션물에도 얼굴을 내밀었던 베리의 차기작은 007 시리즈 20편인 '다이 어너더 데이'다. 아카데미가 '여신'으로 공인한 베리의 배우 인생은 이제부터 활짝 꽃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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