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維民 기념 강연회] 첸 전 부총리 강연 요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 13일 제6회 '유민(維民)기념강연회'에 참석한 국내외 내빈들이 첸치천 전 중국 부총리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원탁 테이블 왼쪽부터 손학규 경기도지사,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내외, 이홍구 전 총리 내외.[김상선 기자]

1991년 11월 나의 한국 방문은 해빙(解氷)의 여정이었다. 중.한 양국은 소위 '개가 짖고 닭이 우는 소리가 서로 들리지만 늙어 죽도록 서로 왕래하지 않는'상태에 종지부를 찍었다.

92년 8월 중.한 수교 이후 양국은 이미'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각 부문 간 교류와 협력은 부단히 강화되고 있다. 한반도 핵 문제는 이미 대화와 평화적 해결이라는 궤도에 진입했다.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실행 가능성에 대한 민간 합동연구를 곧 시작할 것이다.

중.한.일 3국의 협력도 심화되고 있다. 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중.한.일(10+3),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지역 내 대화와 협력 메커니즘이 그 예다. 양국은 체제.제도.가치관에 차이가 있지만 동양 문명은 우리의 공동 재산이다. 경제 글로벌화와 지역 일체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미래를 전망해 볼 때 우리는 중.한 관계를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라는 광활한 시각에서 살필 필요가 있다.

아시아는 현재 평화.발전.협력이라는 역사적인 새로운 단계에 처해 있다. 아시아 지역 협력에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다. 평화와 발전을 모색하는 것은 세계 각국 국민의 공통적 요구이며, 평화.안전은 아시아 각국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대세다.

경제발전은 아시아 각국의 기본 정책 방향이다. 협력과 대화는 국가와 국가 관계에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역내 경제 일체화의 과정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각종 협력 메커니즘이 부단히 생겨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아시아의 미래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아시아의 민족.문화.종교에는 다양성이 존재한다. 국가별 발전 정도의 차이는 천차만별이며 빈부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에는 많은 역사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일부 핫이슈는 아직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했다. 각종 형태의 비(非)전통적 안보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유럽이나 북미와 비교해 아시아 역내 협력은 아직도 상대적으로 낙후해 있다. 협력만이 복잡한 국제 환경 속에서 평화를 실현하고 안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은 세계에서 비교적 발전한 국가다. 중국은 가장 크고 발전도 비교적 빠른 개도국이다. 양국은 아시아 평화와 발전에 중요한 책임을 떠맡고 있다. 양국은 자유무역을 추진하며 각종 역내 협력 메커니즘에 관련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냉정적 사고를 버리고 대화.협력.신뢰.호혜.평등을 핵심으로 새로운 안보관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남북 간 화해 협력을 굳게 지지한다. 한국과 관련국들이 공동 노력으로 6자회담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할 것이다.

정리=장세정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