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법적·제도적 정비 필요 : 관련법안 통합 효과 팍팍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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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의 시민사회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들의 일괄정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회·정부는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들에서도 이에 대한 진지한 노력이 없다.

1995년 2월 10일 당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사회복지·자원봉사·시민운동분야 1백여 단체들이 합동세미나를 열고 4개 법안을 한데 묶어 검토한 것이 아마 유일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당시 논의된 법안들은 기부금품모집금지법·자원봉사활동지원법·사회복지공동모금법·민간운동지원법 등이었다.

그후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관련해서만 사회복지계와 시민운동계가 몇 차례 행보를 같이 했을 뿐 각 영역의 단체들은 법(안)들을 따로 따로 분리해 논의해왔다.

즉 자원봉사법은 자원봉사계가, 민간운동지원법은 시민운동계가, 사회복지공동모금법은 사회복지계가 마치 자신들만의 고유 법안인 마냥 홀로 개별 입법을 위해 애쓴 것이다. 그러나 각 법(안)이 따로 노는 만큼 그 내용들은 상호 중첩하거나 미비한 것 투성이다.

예를 들어 99년 NGO/NPO의 육성을 목적으로 입법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은 처음부터 민법·세법·기부금품모집규제법 등 관련 법률들의 개정을 동반했어야 했다. 그러나 행자부와 시민운동계에 의해 별개로 추진되었기에 아직도 등록 NGO들이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고 기부금품을 모집하려 해도 매번 정부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실효성이 없는 법이 되어 버렸다.

현재 추진 중인 자원봉사지원법 역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및 기타 청소년육성법·사회복지사업법 등 분야별 육성법들과 연관이 있음에도 전혀 함께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기부금품모집규제법 역시 모금의 사전 허용뿐 아니라 모금단체의 투명성을 확보케 하는 수준의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 경우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세법·공동모금법 등과의 상호조정이 또 과제가 될 수 있다.

민간자원(모금·자원봉사)의 활성화, 단체의 법적지위 부여, 세제 혜택, 투명성 및 책임성 요구 등등 시민사회 육성에 필요한 모든 제도적 장치는 이처럼 하나의 법률 패키지로 일맥상통해야 한다. 그럼에도 각 법(안)들이 따로 노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용희(전 시민운동지원기금 사무총장)씨는 "이는 무엇보다 국내에 민간분야 관련 법들을 한 눈으로 꿰뚫는 전문가가 없고 시민사회 각 영역의 단체들이 각각 나뉘어 서로에게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 재경부가 참여연대와 경실련 두 단체만을 소득공제 및 손비인정 지정기부금 대상단체로 지정한 것을 두고 NGO들 사이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는 시민운동계만의 문제도 아니고, 세법상의 문제만도 아니다.

차제에 모든 영역의 단체들이 시민사회 관련 법률들을 패키지로 검토, 일체의 법적·제도적 정비를 서두르는 게 좋겠다.

이창호 전문위원

<본사 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cha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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