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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쇼 닮아가는 美 TV 뉴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미국 TV뉴스가 쇼 프로그램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ABC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20년 넘게 방송해온 뉴스 프로그램 '나이트라인'을 폐지하고 CBS의 인기 토크쇼 진행자인 데이비드 레터맨을 스카우트하려다 실패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미국의 전국적인 미디어 감시단체인 FAIR(Fairness & Accuracy In Reporting)의 인터넷 매체 칼럼에서 유명 언론비평가 노먼 솔로먼은 최근 미디어그룹들의 행태에 일침을 놓았다.

이들 그룹이 TV에서 무한정 이익을 좇다 보니 레터맨 스카우트 파동에서 드러났듯 'TV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TV가 점점 비판 기능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케이블 뉴스채널인 폭스 뉴스의 제랄도 리베라 등 인기 방송인이 진행하는 쇼 프로그램들이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상황에서 비판을 시도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솔로먼은 덧붙였다.

리베라는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생중계할 때 실제 미군 오폭 현장에 있는 것처럼 꾸미는 등 저널리즘과 쇼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낯뜨거운 보도를 해 구설수에 올랐다.

대기업의 방송사 인수·합병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 태도 또한 도마에 올랐다. 디즈니사가 ABC 인수 때 보도국의 저널리즘적 기능과 오락적인 가치가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미디어에선 이를 단순한 경제기사로 다뤘다.

이어 비아콤과 CBS의 합병이나 AOL 타임워너의 등장 등 거대 미디어그룹이 속속 출현했으나 미디어는 저널리즘이 위협받을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다만 이들의 시장 점유율 싸움과 투자자들의 이익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솔로먼은 대부분의 TV뉴스가 갈수록 부자와 유명인의 생활방식에 관심을 쏟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쉼없이 쏟아지는 선정적 상업광고도 문제라고 거론했다. 또 9·11 테러사건 이후엔 주전론(主戰論)이 화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현상은 TV 방송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났다.특히 폭스 뉴스는 앵커들이 실제 정보로서 별 가치가 없는 내용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솔로먼은 폭스 뉴스를 평가절하했다. 때론 이들 앵커가 예쁘장하고 그럴듯하게 보이는 바비 인형을 복제한 것처럼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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