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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문화 역사 바이블 이성우 『한국식경대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옛 것에 관심이 많은 차(茶)요리연구자인지라 내가 관심을 가져온 책들은 『조선 여속고』(이능화 지음, 동문선) 『음식디미방』(안동 장씨 지음,궁중음식연구원) 『격몽요결』(율곡 지음,을유문화사)등이다. 그런 내가 오래 전 한 권의 책을 앞에 두고 성큼 큰절을 올린 일이 있다. 내가 쓴 책인 『차 요리』와 『종가 이야기』등을 위해 자료를 찾던 중에 만났던 책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찾고자 했던 고서들이 수도 없이 나타나 가슴이 떨리도록 반가운 나머지 큰절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이 바로 1981년도에 발행된 『한국식경대전』 (향문사)이다. 저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전 한양대 이성우 교수다. 여기에는 식생활 관련 문헌 1천2백여책과 분야별 논문·기사 등도 1천여편이나 실려 있다. 특히 예의범절, 관혼상제, 문학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마다 식문화와 관련된 생활풍속도 엿볼 수 있어 나에게는 더 없이 좋은 자료다. 더 고마운 것은 수록 고서마다 간단한 내용과 지금은 어느 도서관의, 누구의 개인 소장본인지도 덧붙여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차문화 서적이나 요리책 뒷장의 참고 문헌을 볼 때마다 그 귀한 옛책들을 어디에서 다 구했으며 한문은 어떻게 번역했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 부러워했던 참고 서적들이 이 책에 다 모여 있을 뿐만 아니라 한글 번역까지 돼 있으니 이 책과의 인연을 청복(淸福)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 게재된 목록을 보고서 구입한 여러 책 중에 나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또 한 권의 책이 조선 영조 때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보진제·정양완 역주)다. 가정백과사전류인 이 책의 머리글에는 다음과 같은 멋진 구절이 있다."총명이 무딘 글만 못하다 하니…" 이 대목이 시사하는 바가 바로 기록문화의 중요성일 것이다. 서툰 문장일지라도 기록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선현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책은 무딘 붓끝으로 태어난 삶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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