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새끼' 발언 整風 번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 내분이 정풍(整風)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이회창 총재의 '측근'으로 지목된 하순봉(河舜鳳)부총재의 발언이 불을 질렀다. 河부총재는 20일 춘천 강원도지부 대회에서 "배가 흔들리면 쓸데 없는 쥐새끼들이 왔다갔다 한다"며 당내 비판세력을 비난했다.

당내 젊은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미래연대는 21일 河부총재의 부총재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래연대는 "당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정권교체를 이룩하자는 충정을 쥐새끼들의 경거망동으로 여기는 河부총재의 인식에서 당의 위기가 출발했다"며 "구당(救黨)·쇄신운동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또 "일부 측근들은 백의종군하라"고 요구했다.

미래연대는 ▶河부총재를 비롯한 측근들의 정치일선 후퇴 ▶河부총재 등의 부총재 경선 불출마 등을 요구했다.

여차하면 李총재가 거부한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요구하며 李총재를 직접 압박할 태세다.

사태가 이렇게 번지자 河부총재는 "어려움에 처한 당의 단합을 호소한다는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당의 단합과 결속을 위해 애쓰는 당원 동지들께 송구스럽다"고 진화에 나섰다.

한 고위 당직자는 "河부총재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자신이나 李총재를 위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河부총재 등 '측근정치'의 매듭을 푸는 게 내분을 수습하느냐, 혹은 정풍운동이 본격화되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李총재는 이날 河부총재에 대해선 "오해받을 수 있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본인 스스로 말했다"고 했고, 미래연대를 두곤 "젊은 의원들이 정말 당과 총재를 위해 고민한 것 같다. 잘 될 것이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河부총재는 과거 李총재가 말렸는데도 원내총무에 출마, 당선됐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