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에 예산 편법 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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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해 말 통과된 올해 예산(1백11조원) 중 상당액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선심용으로 배정됐다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사무총장 申澈永)이 21일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실련 예산감시위원회는 이날 자료에서 "올해 예산 중 국회 예결위가 예산을 증액한 사업 1백26건을 분석한 결과 이중 62건이 증액을 위한 합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특히 "이들 1백26건에 대해 지역별 예산 증가분을 검토한 결과 이중 85%가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에 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예결위가 증액한 예산은 1백26개 사업에 걸쳐 5천64억여원으로, 그중 62개 사업에 추가로 배정된 1천8백19억원이 정부 예산안에 포함돼 있지 않았거나 해당 국회 상임위에서 타당성 여부를 논의조차 거치지 않는 등 명확한 근거 없이 증액됐다는 것이다.

또 예결위 예산 증액 사업 중 지역관련 사업은 79건(2천8백77억여원)이었으며, 이중 84.8%인 67건(2천4백57억원)이 예결위 산하 계수조정 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가 있는 충청·호남·영남지방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계수조정 소위 소속 의원 11명 중 김충조(민주당·전남 여수)위원장을 포함, 의원 9명의 지역구가 있는 이들 지방의 사업에 증액된 예산은 평균 8백18억원으로 다른 지역 증액분 평균 1백5억원의 7.8배나 됐다.

경실련 이원희(元熙)예산감시위원장은 "분석 결과 예결위 의원들이 앞장서 해당 상임위나 부처와의 논의 없이 예산을 증액하고 이렇게 증액된 예산을 자신들의 지역구에 나눠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전국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예산을 조정하는 예결위원으로서의 권한을 악용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증액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사업 중 증액 정도가 심한 28개 사업을 '관리감독이 필요한 지역 선심성 사업'으로 규정하고 지역 경실련과 연계, 지속적으로 집행과정을 감시하기로 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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