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風' 실감 : 여론조사 善戰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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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것은 돌풍이 아니라 태풍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최근 열흘새 불어닥친 이른바 '노풍(盧風·노무현 상승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인 노무현(盧武鉉)후보의 지지도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일반 시민들은 물론 여론조사 전문가들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국민이 분출구를 찾아 '묻지마' 지지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안부근 전문위원과 박무익(朴武益)한국갤럽 소장은 "이처럼 급격한 상승세는 보기 드문 사례"라며 "기존 정치인과 다른 새 인물이라는 점이 먹혀들고 있으며,여기에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불어닥친 잇따른 악재가 상승세를 부채질했다"고 분석했다.

◇전말과 원인=민주당 김근태 고문의 불법 정치자금 고백과 이에 따른 권노갑(權魯甲)전 고문의 정치자금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자 이에 대한 반격으로 민주당 설훈(薛勳)의원이 李총재의 가족 호화빌라 문제와 장남 정연씨 부부의 '원정 출산'의혹 등을 제기했다. 여기에 李총재측의 미흡한 수습과 한나라당 비주류의 반발 등이 계속되면서 李총재의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바람은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쳤다.

미디어리서치의 한 관계자는 "盧후보가 경쟁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李총재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며 "그런데 울산 경선에서 1위로 올라서면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뭔가 작품이 되겠다'는 분위기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13일 SBS·문화일보 여론조사 결과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盧후보가 李총재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결과가 광주 경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 후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盧후보의 지지도가 이인제 후보는 물론 李총재와의 격차를 점점 벌려가고 있다.

경선과 여론조사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거품일까=한 전문가는 "급상승에는 거품이 있게 마련"이라며 "盧후보의 불안정성과 정책의 급진성 등이 드러나면 급격히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전국에서 盧후보 지지도가 고르게 올라가고 있어 거품이 빠지더라도 李총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엎치락뒤치락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신홍 기자

<최근 주요 정치 관련 일지>

▶2월 28일 박근혜 의원 한나라당 탈당

▶3월 5일 민주당 설훈 의원, 이회창 총재의 1백14평 호화빌라 두채 사용 폭로

▶3월 7일 민주당, 이회창 총재 장남 부부의 하와이 원정출산 의혹 제기

▶3월 8일 이회창 총재 빌라 문제 1차 사과

▶3월 9일 민주당 제주 경선, 한화갑 1위

▶3월 10일 민주당 울산 경선, 노무현 1위. 한나라당 비주류, '측근정치'비난·총재직 사퇴 요구

▶3월 13일 SBS·문화일보 여론조사 보도. 한나라당 미래연대, 개혁안 요구

▶3월 14일 유종근 전북 지사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포기, 탈당. 한나라당 하순봉 부총재 등 이원종 충북지사 방문, 입당 요구

▶3월 16일 민주당 광주 경선, 노무현 1위

▶3월 17일 민주당 대전 경선, 이인제 1위

▶3월 19일 이회창 총재, 가족문제 사과. 비주류의 대선 전 당권-대권 분리 요구 사실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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