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호 서바이벌 게임 생존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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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28명 중 23명'.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 23명을 가리는 거스 히딩크 축구 대표팀 감독의 마지막 '옥석가리기'가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유럽 전지훈련 중인 대표팀은 2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북유럽의 강호 핀란드와 전훈 두번째 평가전을 갖는다.

19일 대표팀에 합류한 심재원(프랑크푸르트)을 포함, 유럽 전지훈련에 참가한 28명 중 5명을 솎아내는 작업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우선 수문장 4명 중 한명이 탈락한다.수비수 중에선 이변이 없는 한 홍명보·김태영·최진철·이임생 등의 발탁이 유력하다. 최전방 공격수 중에서는 역시 황선홍·최용수·설기현의 발탁이 확정적이다. 남은 한장의 티켓을 놓고 차두리·이동국·안정환이 피말리는 경쟁을 해야 한다.

남은 선수들 중 이번에 처음 대표팀에 포함된 조병국과 윙백 백업요원 현영민이 불안해 보인다. 그러나 8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윤정환이 히딩크 감독의 기대에 못미칠 경우 윤정환의 티켓이 이들 중 한명에게 돌아갈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은 핀란드전을 대비한 19일 오전 훈련에서 느닷없이 지난해 9월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 이후 사용하지 않았던 포백 훈련을 시켰다. 3-4-1-2 포메이션에서는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할 수 있지만 수비가담 정도·체력 등의 문제점 때문에 포백 시스템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윤정환으로서는 불안한 대목이다.

한편 핀란드 안티 무리넨(47)감독은 "한국 대표팀과의 경기는 핀란드 대표팀에도 무척 중요한 한판"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목표로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첫번째 경기로 한국과 싸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리넨 감독은 "한국-튀니지전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봤다"며 "몇몇 한국선수들은 위협적이었다. 좋은 경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리넨 감독은 "핀란드는 체력이 강하고 선이 굵은 전형적인 북유럽 축구를 구사한다"며 "특히 장신의 수비수와 실력있는 수문장 등 한국의 본선 첫번째 상대인 폴란드와 닮은 점이 많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지난해 양팀의 베스트 멤버들이 참가한 가운데 벌인 경기에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만큼 경기력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1년이라는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폴란드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핀란드와의 일전은 월드컵 본선 한국-폴란드전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라망가(스페인)=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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