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활약 신예작가들의 '색다르게 해석한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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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Blink'(섬광)전은 유럽과 아시아 등 국제 무대에서 발돋움하고 있는 신예 작가들의 신작을 만나는 기회다.

김소라·남지·양혜규·정혜승씨 등 20~30대 여성작가 네명은 센터의 큐레이터들이 각각 한명씩 선정한 사람들이다.

김소라(37)씨의 '3M 프로젝트'에서 관객은 작가의 가격환산 공식을 이용해 물건들에 주관적인 가치를 매기는 방식으로 참여한다.2층 전시장엔 아우디의 자동차 실물 옆에 맥도널드 마네킹이 팔에 크리스티앙 디오르 핸드백들을 걸고 있는 가게가 보인다. 바닥에는 티파니 보석상 로고가 찍힌 상자와 맥도널드 장난감이 진열돼 있다. 한 자리에 있을 수 없는 브랜드를 결합한 가게는 목적이 불투명한 새로운 공간으로 바뀐다.

양혜규(31)씨는 일상의 흔한 사물들을 처참한 장면의 보도사진처럼 제시했다. 쓰러진 스쿠터가 배를 내놓고 죽은 네발 짐승처럼 보이는가 하면 쓰레기 봉지가 술에 취해 나무에 기대서 자는 사람처럼 포착된 흑백사진들이다. 벽에는 분홍색의 수평선들이 10㎝ 간격으로 그어져 있다. 멀리 떨어져서 보면 사실은 선들이 1도만큼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시점에 따른 인식의 전환을 말하는 작품이다.

정혜승(29)씨는 전시장 입구에 컴퓨터 네대를 갖다놓고 비밀번호 알아맞히기 대회를 개최한다. 초기화면에서 묻는 비밀번호를 맞히면 상품을 준다지만 힌트가 없어 오리무중의 대회다. 정보의 홍수속에 길을 잃는 상황을 풍자했다.

남지(27)씨는 고문 도구 같기도 하고 장식품으로도 보이는 수제 기계를 전시한다. 톱니바퀴가 달린 귀지 파는 기계, 두 사람이 머리와 코에 연결해 분비물을 수집하는 기계 등이다. 현대인이 기계에 대해 갖는 이중적인 감정을 표출한 작품이다.

김선정 부관장은 "세상에 대한 놀라움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이라며 "이번 전시가 한국 현대미술계에 한줄기 섬광 같은 신선함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02-733-8940.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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