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수현씨 '시청률 신화'흔들릴까 KBS 주말 드라마 '내 사랑 누굴까'초반 고전 이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2년 만에 돌아온 작가 김수현의 야심작인 KBS 주말 드라마 '내 사랑 누굴까'(토·일 저녁 7시50분)에 대한 반응이 다소 미지근한 것 같다.

과거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속사포식 대사와 극단적 캐릭터가 지금의 시청자에게는 '잘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평가도 나오고 있다. 6회가 방송된 현재까지 시청률은 여전히 10% 초반대에 머물고 있는 것.

'내 사랑 누굴까'는 독립을 선언한 노처녀 지연(이승연)과 하나(이태란)가 가족 3대가 함께 사는 해피 하우스로 이사한 뒤 벌어지는 사랑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문제는 드라마의 전체 구조가 과거 자신의 작품인 KBS '목욕탕집 사람들'(95년)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조부모·부모·자식이 모여 산다는 설정이 그렇고 집이 한옥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순재·한진희·윤여정 등 김수현 사단의 단골 배우들이 출연하다보니 극적 신선미도 떨어지는 듯하다.

연기자들의 과장된 연기와 연기력 부재도 다소 걸린다는 평이다. 이승연·이태란을 위시한 대부분 연기자가 목에 핏발이 서도록 '다다다다'소리를 지르며 튀다 보니 드라마가 마치 굿판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등장인물 간의 대화도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어머니(윤여정)가 잔소리를 하자 딸(이태란)은 "아, 시끄러. 운전이나 잘하셔"라고 대든다. 딸(이승연)이 어머니(정영숙)에게 "폐경기에 이르렀다"고 비아냥거리자 어머니는 "내가 무슨 퇴기야, 포주야, 마약사범이야?"라며 말싸움을 한다. 전파 매체에 나올 모녀간 대화로선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최근엔 이태란이 입고 나오는 나이키 체육복이 미국상품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이버 시위대에 걸려 결국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상당수 드라마 비평가들은 이전의 김수현씨 작품이 그랬듯 이번 드라마 역시 언제라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작품에서 배우들의 개성있는 연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직 작가의 개성만 있을 뿐 배우들은 대사하는 앵무새 같다"(legacy21), "대가족 환경, 자극적 대사가 요즘 애들한테도 통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anny486)…. 제작진이 귀담아 들어야 할 시청자 반응이다.

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