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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대사관 주최 고교생 영어 시조 백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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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영어 시조 백일장에 참가한 고교생과 심사위원들. 맨 뒷줄 왼쪽에서 셋째가 고은 시인. 맨 뒷줄 오른쪽에서 둘째부터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권영민 서울대 국문과 교수, 한 사람 건너 데이비드 매캔 하버드대 교수. [김성룡 기자]

외국어고 학생들이 영어로 시조를 쓰고 데이비드 매캔 미 하버드대 교수와 고은 시인이 함께 심사를 하는 이색 백일장이 열렸다. 14일 오후 서울 정동 미국 대사관저에서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주최한 이 ‘영어 시조 백일장(2010 U.S. Embassy Sijo Competition)’의 주제는 ‘희망(hope)’. 천장 높은 대사관저 접견실 마루 바닥에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학생들은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리자 맹렬히 영어 시조를 써내려갔다. 학생들이 시심(詩心)과 영어 실력을 뽐내는 사이 장내엔 국악이 은은히 울려 퍼졌다. 옛 과거시험이 21세기 세계화시대에 되살아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은 시인은 조심스럽게 시조의 세계화 가능성을 점쳤다. “우리의 고유한 문학 형식인 시조가 낯선 환경에서 낯선 언어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큰 고비를 넘겨야 하겠지만 일본의 하이쿠만큼 미국에서 보편화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영어 시조를 써보게 하자는 이색 아이디어는 미국 내 ‘한국 시조 전도사’인 매캔 교수가 6개월 전쯤 제안했다. 민족사관고 등 전국 38개 특목고에 학생 참가를 요청했다.

부산·나주·청주·양구 등 전국 22개교에서 22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대부분 외고생들이다. 별도 경연을 통해 대표 학생을 뽑은 학교도 있다. 경기외고 3학년생인 박재형(18)군은 시조를 영어로 번역하는 교내 동아리 ‘Talk’의 회장이어서 자연스럽게 참가하게 됐다. 고은 시인의 부인인 이상화 중앙대 영문과 교수, 서울대 국문과 권영민 교수도 심사에 참여했다. 심사 결과 성남외고 2학년생 김은수양의 ‘The Moon’이 장원 작으로 뽑혔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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