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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그에겐 푸른 바다 냄새, 그녀에겐 붉은 과일 향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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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글=이진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린 소나기 내린 뒤의 숲

여름은 비와 함께 온다. 짜증 나는 장마와 달리 불볕 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는 꽤 반갑다. 촉촉히 젖은 풀 냄새, 비릿한 흙 냄새를 즐기는 이도 많다. 샤넬은 이 향기를 재현해 ‘크리스탈 오 베르’를 내놨다. 목련과 레몬, 베르가모트가 어우러져 비 온 뒤 숲 속에 있는 느낌이다. 에르메스의 ‘보야지 데르메스’는 나무 냄새와 머스크(사향)가 뒤섞여 깊이 있다. 디자이너 하우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첫 향수인 ‘언타이틀드(사진①)’도 그린 계열이다. 우리나라엔 9월에 들어온다.

블루 수평선에 부는 바람

바다가 주는 위안도 만만찮다. 불가리 ‘블루 오 드 에떼(사진 ②)’는 간판 향수인 ‘블루II’에 민트와 레몬 향을 섞어 더 상큼해졌다. 유럽에서 인기 있는 영국 퍼퓨머리 ‘힐리’의 ‘셀 마린(사진 ③)’은 뿌리자마자 갯비린내가 확 풍긴다. 이름 그대로 소금기 어린 해초 냄새가 해변에 선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레드 적도에 핀 꽃

이열치열, 뜨거운 열대의 태양 아래, 살갗을 태우며 놀아봐도 좋겠다. 브랜드에서 내놓는 여름 한정판 향수들엔 대개 열대의 꽃과 과일 향이 들어간다. 망고와 자몽을 섞은 에스티 로더의 ‘플레져 엑조틱(사진 ④)’이 대표적이다. 벌꿀 향기를 베이스로 한 겔랑의 ‘아쿠아 알레고리아 팜플린’에는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자몽 향이 첨가됐다.

화이트 첫사랑의 비누향기

‘그에게선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는 소설 ‘젊은 느티나무’의 첫마디는 풋사랑의 설렘을 잘 드러낸다. 사랑하는 이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는 눅눅한 공기마저 산뜻하게 바꾼다. ‘미스디올 셰리(사진 ⑤)’는 장미 비누로 세수하고 나온 소녀처럼 투명하고 사랑스럽다. ‘아 센트 바이 이세이 미야케 플로랄(사진 ⑥)’은 작약과 히아신스 향에, 생나뭇가지를 뜯어내는 듯한 갈바늄 향을 더했다. 실패한 첫사랑처럼 아릿한 여운이 오래 남는다. ‘플라워 바이 겐조’는 바닐라 향을 넣어 아기 분가루마냥 보송보송해진 ‘라 콜론(사진 ⑦)’으로 다시 태어났다.

촬영협조=러빈허 플라워 (02-36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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