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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 팬츠 벗는 해프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13일 광주에서 열린 한·일 청소년축구 대표팀간의 평가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벌어졌다. 후반전 중반 터치라인 아웃 상태에서 김영주 주심이 한국의 김진규 선수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자 김선수가 바로 라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코칭 스태프들이 둘러싸 막아주는 가운데 급하게 팬츠(하의)를 갈아입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김영주 주심은 그 때 김선수에게 장비 위반사실을 지적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당시 날씨가 제법 쌀쌀했기 때문에 상당수 선수들이 유니폼 팬츠 안에 보온 팬츠를 껴입었다. 문제는 김선수의 보온 팬츠 색깔이 유니폼 팬츠 색깔(파란색)과 다른 검은색이었다는 것이다.

축구 규정에 따르면 보온 팬츠는 유니폼 팬츠와 같은 계통의 색깔일 경우에만 허용된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빠른 까닭에 심판 및 관중에게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 도중 수만 관중 앞에서 보온 팬츠를 벗는 해프닝이 빚어졌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유니폼이라고 부르는 장비(kit)는 저지(상의)·팬츠(하의)·스타킹(양말)·신가드(정강이 보호대)·축구화 등으로 구성된다. 규정에는 이같은 장비의 착용법이 명시돼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관례 혹은 대회 요구사항(request)에서 정해놓은 대로 따른다.

예컨대 선수들은 저지를 반드시 팬츠 안에 집어넣는다. 이는 규정상 정해진 것은 아니며 보통 대회 요구사항으로 정하는 것이다. 선수들은 관중 앞에서 품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단정한 차림새를 갖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축구가 신사의 나라 잉글랜드에서 유래한 스포츠라는 사실이 다시금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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