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지금 때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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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주말 기습적으로 출범한 한국노총 계열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련)'은 합법성이나 파장·시기 면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우선 공노련은 아직 공무원노조를 허용하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만큼 법외(法外)노조요, 불법 노조다. 공무원노조는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고, 현 정부 출범 이후 노사정위를 통해 공무원의 단결권을 인정한다는 합의 위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해 왔다. 정부는 공무원노조를 2006년 이후에 허용하되 교섭권은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지난달 말 노사정위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파업권 등 단체행동권을 포함하는 노동3권의 전면 허용을 요구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사정위 합의나 입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노련측이 출범을 강행한 것은 법의 수호와 집행을 본분으로 하는 공무원들이 택할 행동이 아니다.

더욱이 오는 24일에는 민주노총 계열의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 역시 노조 출범을 강행한다니 불법 공무원노조가 둘이 될 판이다. 민간 노조들의 경우처럼 두 공무원 노조가 선명성 경쟁에 나서 파업을 벌인다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 뻔하다.

시기적으로도 공감하기 어렵다. 철도와 발전 등 공공부문 노조 파업의 여진이 아직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민생을 보살펴야 할 일선 공무원들이 노조 결성에 나선 것은 선후(先後)를 구분하지 못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레임덕에 빠진 정권과 월드컵·양대 선거를 앞둔 과도기적 상황을 이용한 거사였다면 이 또한 공복(公僕)의 자세가 아니다. 국민도 무작정 공무원노조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며, 더더욱 기습적·불법적인 방식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공노련이나 전공련측은 이제라도 노사정위 합의 등 절차를 다시 밟아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은 후에 당당하게 활동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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