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빌라 등 다 지은 후 분양 외국 투자사가 선수 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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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 부동산투자 회사들이 주택 후분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후분양은 건물을 지은 뒤 소비자에게 파는 방식으로 오피스텔과 상가는 내년 4월 중, 재건축 일반분양(지난해 7월 이후 사업승인 신청 단지)은 공정 80% 이후 분양토록 제도화했을 뿐 일반아파트는 중장기 계획으로 잡혀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외국 회사들의 후분양 사업 참여가 가속화하면 부동산개발 시장의 구조가 달라지고 주택금융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의 리먼브러더스는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고급 빌라 부에나비스타를 완공하고 분양에 나섰다. 리먼브러더스는 130평형짜리 6가구로 이뤄진 이 빌라의 사업비 100억여원 중 90억여원을 투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땅값 정도만 빌려주는 데 비해 공사비까지 대줘 사업의 안정성을 꾀한 게 특징"이라며 "앞으로 대형 아파트와 쇼핑몰 사업에도 자금을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는 지난해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고급 빌라와 단독주택 24가구(사업비 450억여원)를 짓는 주택사업에도 200억여원을 투입해 내년 하반기 분양키로 했다.

미국의 자산운용회사인 워버그 핀크스(Warburg Pincus)는 최근 부동산개발과 투자 관련 자회사를 설립해 아파트 후분양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캐나다 C사도 아파트 후분양을 위한 개발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외국 투자회사들이 후분양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기존의 파이낸싱 방식보다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300억원짜리 사업이라면 땅값 100억여원은 국내 은행이 대고 공사비 200억원은 외국 투자회사가 돈을 들여 완공 뒤 분양을 통해 회수한다. 국내 금융권이 10%의 수익을 챙기는 반면 외국 회사들은 15%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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