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외국인, 그들의 서울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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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초언리, 아이, 도미니카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 25만 명. 서울은 한국인만 거주하는 도시가 아닌지 오래다. 이들도 당당히 서울라이트(서울에 사는 사람)들이다. 해외에서 온 서울 라이트들 특히 젊은 서울라이트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그들이 느낀 서울에 대한 첫인상은 어떨까? 어떤 것으로부터 문화충격을 받을까? 젊은 외국인 서울라이트들의 서울살이 이야기를 들어본다.

초대한 사람은 일본인 아이씨, 중국인 초언리 그리고 폴란드 사람 도미니카다. 명지대학교 앞 주점에서 통역은 외국어를 잘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들의 프로필을 보면 이렇다.
▲아이 (22) - 놀라움의 연속 서울 생활 ! 명지대학교 교환학생으로 온 일본인. 서울에 온지 2달째여서 뭐든 신기한 서울라이트.
▲초언리 (24) - 한국 가수 '신화'가 좋아서 그들을 보러 왔다가 대학 생활까지 하게 되었다 ! 현재 명지대에 재학 중이며 서울에 온지 5년이 된 베테랑 서울라이트.
▲ 도미니카 (25) - 한국의 밤 문화가 좋아 ! 서울에서 생활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폴란드에서 온 파란 눈의 서울라이트.

-서울에 온지는 얼마나 되었니?
▲아이 : "2달 정도. 대학교 교환학생으로 온 거라서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잘 적응하고 있어."
▲도미니카 : "아기네 아기 ! 나는 20개월 됐어."
▲초언리 : "그럼 내가 제일 오래 있었네! 나는 5년 동안 서울에서 살았어. 한국말도 익숙하고 문화도 거의 익숙해졌어. 이제 꽤 살만해."

-서울의 처음 이미지는 어땠어?
▲아이 : "난 서울의 첫 모습에 약간 놀랐어. 저녁 때 서울에 도착했는데 그 시간에도 뭔가 다들 바쁜 느낌이었어. 밤인데도 빠르게 걸어 다니던 사람들, 줄지어서 있던 차들, 수많은 불빛들. 뭐랄까, 불꽃놀이 보는 느낌? 조용하고 한적한 내가 살던 일본의 마을이랑은 너무 많이 달랐었지."
▲초언리 : "나는 서울에 공부하려고 온 목적도 있지만 사실 한국의 가수들, 특히 신화를 보려고 왔었어. 그래서 인천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심장이 뛰고 정말 흥분이 되었지. 내가 사랑하는 신화가 살고 있는 땅, 서울. 오자마자 서울이랑 사랑에 빠진 느낌이랄까?"
▲도미니카 : "서울의 첫 이미지는 참 좋았어. 뭐든 것이 새롭고 다 신기했거든. 폴란드와는 많이 다른 서울의 도시 풍경이 재미있었어. 빽빽하게 지어진 집들과 건물,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왜 저렇게 몰려서 다니나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도 그 사이에 껴서 빨리 서울을 알아가고 싶었어."

-서울에서 처음 겪은 당황스러운 일은 뭐였어?
▲아이 : "교통수단 이용할 때 당황스러웠어. 일본에서 내가 살던 곳은 시골이어서 지하철 이용이 낯설어. 그래서 처음 서울의 지하철 탈 때도 애 좀 먹었어. 지하철을 거꾸로 타기도 하고. 요즘도 지하철 타면 긴장 된다니까."
▲초언리 : "교통도 그렇지만 난 언어 때문에 당황한 적이 있어. 설탕을 사러 갔는데 소금을 사오고... 글씨를 모르겠으니까 겉으로 내용물이 보여도 이게 뭔지 모르겠더라고. 집에 돌아와서 뜯고 보고 맛보고 그게 소금이었다는 것을 알았었지. 많이 속상했었어."
▲도미니카 : "나를 가장 당황스럽게 만드는 건 매운 맛! 음식의 매운맛에 적응하기가 정말 힘들었어. 매운 음식을 먹고 눈물을 흘리고 다음날까지 입이 얼얼한 적도 있었어. 물론 지금은 많이 적응 되었지만. 그리고 사람들끼리 발을 밟거나 부딪치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해서 기분이 나쁘고 무례하다고 생각했었어. 적어도 미안, 실례합니다. 정도는 했어야 하는데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서울라이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지하철이나 길이 넓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서울에서 자주 가거나 좋아하는 장소가 있어?
▲아이 : "응. 나는 미술 전공이고 도자기에 관심이 많아서 인사동에 자주 가. 그곳에 가면 한국 도자기들을 볼 수 있어 좋고 가장 한국적이고 서울적인 분위기가 나는 장소인거 같아. 차도 맛있고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선호하는 장소야."
▲초언리 : "인사동도 좋지, 길에서 파는 물건들 보면 하나하나 다 사고 싶다니까. 그리고 난 한강도 자주 가고 좋아해. 중국에 있을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강을 봐왔었거든. TV로 봐도 정말 아름다운거야. 그래서 서울에 오자마자 그 다음날에 무작정 한강으로 가서 마음껏 야경을 즐겼지. 물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한강이야. 거기 가면 답답한 마음이 뻥 뚫려 ! 다음에 같이 가자."
▲도미니카 : "좋아, 같이 가자, 그리고 난 젊음의 장소, 홍대나 대학로가 좋아, 그곳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랑 함께 어울려서 놀 수 있어. 술집들과 공연장, 클럽들이 많아서 그야말로 에너지가 넘치지."

-다들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너네들이 보기에 서울 사람들, 서울라이트들은 어때?
▲아이 : "알고 보면 정말 친절하지만... 처음에는 말을 걸기 어려운? 대부분의 동양 사람들이 그렇잖아. 하지만 일본에서는 친한 사람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약간의 개인주의도 있는데 서울라이트들은 친해지면 자신의 것도 다 주려고 하는 것을 많이 봤었어."
▲초언리 : "맞아,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지면 참 따뜻한 사람들이야. 어떤 가게에 처음 가면 물건만 팔지만 단골이라는 것이 되면 서비스라고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해. 아는 사람들끼리 정이 많은 거 같아."
▲도미니카 : "맞아, 정말 서울라이트들의 정은 최고야. 전에 살던 동네에 하루에 한번은 가서 식사를 하던 단골 분식집이 있었는데 내가 나 이사 간다고 하니까 아줌마가 우셨어, 처음에는 왜 울지 하다가 그게 헤어지기 때문에 운다는 것을 알고 정말 굉장하다고 느꼈어, 감동적이었지. 서울라이트만큼 정 많은 사람들이 또 있을까?"

명지대 한정원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의 산학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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