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래트럴…''머스키티어' 영화 제목도 직수입 관객들 '어리둥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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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번주 개봉하는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스릴러 액션극 '돈 세이 워드'를 놓고 시비를 걸려 한다. 원제는 'Don't Say a Word',즉 '한마디도 하지 마라'인데 한국 개봉 제목에선 부정관사 'a'가 빠졌다. 지나치게 사소한 것을 따지는 것일지 모르나 관객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수입사측은 어감상의 부드러움, 그리고 영어로 상(award)과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과연 그럴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영어사전이 없으면 영화 한편도 마음 놓고 즐길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 아닌지. 최근 선보였던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콜래트럴 데미지'가 가장 극단적인 경우일 것. 그러면 미국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 빌 플림튼의 '뮤턴트 에일리언'은 어떤가. 톰 크루즈 주연의 '바닐라 스카이'도 수수께끼 같다. '넥스트 베스트 씽''머스키티어''에너미 라인스''오션스 일레븐'등 요즘 외화들은 영어 제목 그대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듯하다. "모르겠으면 사전을 찾아봐, 그 정도 수고는 해야지"라는 식이다.

모든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다.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의 원제는 'Shallow Hal'이다. 주인공인 할의 성격이 천박하다는 뜻. 이를 '섈로 할'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면 어땠을까. 요즘 같으면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영화사측은 네티즌 공모 등을 거치며 영화 내용을 함축하는 '멋진' 이름을 새로 만들었다. 물론 다른 영화사들도 이런 고민은 한다. 다만 그 노력이 덜 치열했을 것이다.

영화는 힘이 세다. 올 오스카상에서 작품상·남우 주연상을 노리는 '뷰티풀 마인드'가 그렇다. 2년 전 『아름다운 정신』으로 소개됐던 번역본이 영화 개봉에 맞춰 『뷰티풀 마인드』로 재출간됐다. 덕분에 영화 흥행이 잘 된 만큼 책도 잘 팔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런데 아쉽다. 영화 제목을 꼭 따라가야 했을까. 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출판의 자존심을 잠시 잊지는 않았는지? 다른 장르, 나아가 우리의 무의식을 강력하게 지배하는 영화, 그 영화의 문화적 책임을 생각한다. 제목에서부터 말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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