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신비 한국과학자가 풉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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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태초의 대폭발(빅뱅) 이후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우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계속 팽창할 것인가, 점점 팽창 속도가 느려져 마침내 정지해서는 그대로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정지한 뒤에 반대로 수축을 시작할 것인가. 그리고 우주의 나이는 과연 몇살인가.

이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천문학의 수수께끼다.

올해부터 한국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관측과 데이터 획득에 나선다. 연세대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csaweb.yonsei.ac.kr)이 주인공.미 항공우주국(NASA)·캘리포니아공대 등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이름은 '갤럭스(GALE

X)'. '은하 진화 탐사'란 뜻이다.

공동 연구라지만 연구의 기초 이론을 제창한 것은 연구단장인 연세대 이영욱(천문학과) 교수고, NASA에서 관측용 자외선 망원경을 만드는 작업에는 같은 학교 김석환(천문학과) 교수가 참여했으며, 데이터분석용 소프트웨어 개발은 연구단의 석·박사 연구원들이 해냈다. 우주의 신비를 푸는 작업을 실질적으로 한국 과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는 1998년 시작돼 이미 자외선 망원경 제작을 완료했다. 이 망원경은 8월 로켓에 실어 미국 플로리다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린다.

지상에서는 오존층이 자외선을 막아 관측을 할 수 없어서 인공위성 궤도에 망원경을 올리는 것이다.

연구단은 우선 망원경이 관측한 자외선 데이터로 별과 은하의 나이를 추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표준모델'에 따라 은하 등의 나이를 추론해 왔다. '표준모델'은 별과 은하에서 나오는 빛과 전파의 특성에 따라 나이를 추정하는 천문학 이론이다. 이를 토대로 한 관측과 연구에서는 가장 오래된 은하의 나이가 1백20억년 정도로 추정됐다. 또한 천문학자들은 빅뱅 이후 약 10억년이 흐른 뒤에야 별과 은하가 생겼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우주의 나이는 약 1백30억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영욱 교수는 '표준모델'과 다른 이론을 90년대 초반 미국의 과학학술지 '천체물리'를 통해 발표했다. 별이 나이가 듦에 따라 방출하는 자외선의 파장과 세기가 변한다는 이론이다. 이를 이용하면 먼 은하로부터 오는 자외선을 관측해 그 은하의 나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 연구를 지금 하려는 것이다.

이영욱 교수는 "여러가지 간접 데이터로 추정할 때 이번 연구에서 우주의 나이가 기존 이론보다 20억살 이상 많게 나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지, 느려지는지도 밝히게 된다. 많은 과학자들은 우주 팽창이 점점 느려지리라 생각했다. '빅뱅'의 여력으로 팽창을 하지만 물질 사이에 서로 잡아당기는 만유인력이 있어 퍼지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간이 갈수록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증거도 몇몇 나오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것이 물체가 서로 밀도록 하는 '암흑 에너지(dark energy)'의 존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만유인력과 정반대 되는 힘이 우주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구단의 자외선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은하의 나이는 물론 움직이는 속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 때문에 팽창이 시간에 따라 점점 빨라지는지, 느려지는지 알 수 있다. 팽창이 느려질 경우,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나중에 수축을 시작할지도 예상할 수 있다.

이교수는 "2005년까지 관측을 하고,2006년이면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서 "그때가 되면 우주의 나이와 팽창 등에 대한 논란에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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