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계좌와 홍업씨 무관" : 청와대 적극 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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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가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를 적극 방어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청와대측은 아태재단 김홍업 부이사장의 '이용호 게이트' 관련설이 제기되면 "아태재단에서 말할 것""특검 쪽에 알아보라"는 식으로 반응을 삼갔다.

그랬던 청와대가 13일엔 "金부이사장과 김성환씨는 고교(서울 D고)시절부터 친구 사이로 군(ROTC)에서 같이 제대한 뒤 사업도 같이 하면서 서로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빌리기도 한 사이"라고 해명하고 "그러나 (특검팀이 밝혀낸) 김성환씨의 차명계좌 문제는 홍업씨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측은 이어 "이용호씨의 돈은 아태재단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며 "김성환씨와 이용호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일부에서 확인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아태재단이나 홍업씨를 李씨와 관련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이같은 해명은 김홍업 부이사장이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담당인 김현섭(金賢燮)민정비서관에게 전달했으며, 박선숙(朴仙淑)대변인이 이 내용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그러나 "홍업씨가 스스로 나서 해명하지 않고, 청와대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펴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기능은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단속하는 데 있지 그들을 변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이런 자세 변화는 특검과 야당이 이용호 게이트 수사의 본질인 '이용호 문제'는 외면하고, 김홍업씨와 아태재단을 겨냥해 '표적사정''여론사냥'을 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따라서 자칫 청와대와 특검,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정면으로 맞부딪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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