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씨 뭘 숨기려 잠적했나 홍업씨에 간 1억 의혹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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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이자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인 김홍업씨에게 1억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난 고교 동창 김성환(金盛煥·S음악방송 대표)씨가 일주일 이상 행방을 감추면서 이 돈 거래의 정체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차정일(車正一)특검팀이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은 이용호씨 돈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수동(李守東)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김성환씨의 돈 4천4백만원이 전달됐다는 게 전부다.

추가 계좌추적 과정에서 李씨 부부의 계좌에 지난 1월 4천4백만원이 수표로 입금됐고, 이 돈은 김성환씨가 지난해 초 차명계좌에서 수표로 인출한 1억원의 일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성환씨는 "김홍업씨에게 개인적으로 빌려준 돈"이라고 했고, 아태재단은 "재단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직금 중간 정산 등에 4억원이 필요해 그 중 1억원을 金부이사장에게서 빌렸고, 이 중 일부가 이수동씨의 퇴직금으로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성환씨가 특검팀의 수사망을 피해 달아났고 가족들도 집을 비워 김성환씨가 무언가 숨기려 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우선 파출부 명의로 차명계좌를 관리해 왔다는 점이 이상하다.

또 김성환씨가 지난해 초 인출했던 돈이 약 1년 만에 이수동씨의 계좌에서 나타났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김성환→김홍업→아태재단→이수동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김홍업씨나 아태재단 금고에 장기간 있었을 가능성이 커 아태재단 구조조정에 필요해 빌렸다는 설명은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관련자들의 말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아태재단은 지난달 초 이용호씨 사건 수사 무마 청탁 의혹과 관련해 김성환씨와 김홍업씨의 친분 관계가 언급되자 "두 사람이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돈 문제가 나오자 "자주 금전 거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에 따라 김성환씨의 소재 파악과 금융 거래 내역 추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성환씨가 또 다른 차명계좌를 관리해 온 정황을 확인, 김홍업씨에게 건네진 돈이 더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성환씨가 관리해 온 계좌가 아태재단이나 김홍업씨의 비자금 계좌일 가능성과, 문제의 1억원이 이용호씨의 돈이거나 김성환씨가 또 다른 사건과 관련해 청탁을 하면서 건넨 것일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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