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의원 크게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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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건강보험 수가 인하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하는 가운데 의약분업 후 '부자' 동네 의원이 크게 늘었다는 정부 자료가 나왔다. 연간 진료비 수입이 10억원이 넘는 곳이 일년 새 47%나 증가하는가 하면, 각 의원의 병상수·진료비 청구액도 급증했다는 것이다.

보건 당국은 "사실상 병원급인 동네의원이 속속 생겨날 만큼 분업의 혜택이 의원급 진료기관에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일부 대형 동네의원만 혜택을 누렸고, 나머지 소규모 의원의 수입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형 의원 증가=건강보험공단이 의약분업 전(1999년 7월~2000년 6월)과 후(2000년 7월~2001년 6월)의 건강보험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연간 10억원 이상 진료비를 청구한 동네의원이 1백97곳에서 2백90곳으로 늘었다.

공단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H의원은 1백17억원, 경기도 용인시 Y피부과는 48억원, 서울 서초구 Y신경외과는 42억원, 경남 마산의 K안과는 37억원을 각각 청구했다는 것이다.

부자 의원들은 안과가 가장 많았다. 안과의 상당수가 건강보험이 안되는 라식수술을 하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이 훨씬 많을 것으로 공단측은 추정했다. 다음으로 피부과·내과·이비인후과·소아과 등에서 거액 청구가 많았다.

분업 전에는 동네의원 한 곳이 연간 1억9천여만원을 청구했으나 분업 후 2억8천여만원으로 늘었다. 건보공단 김기영 차장은 "2000년 7,8,10월 동네의원들이 휴·폐업한 점을 감안하면 진료비 청구규모는 더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동네의원들이 보유중인 병상수 역시 99년 6만4백42개에서 2000년 6만7천2백88개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7만6천2백26개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돈벌이가 되니까 병상을 늘린다는 게 정부측의 얘기다.

◇의료계 반발=의사협회는 의원당 진료비 증가액은 10% 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협 주수호 공보이사는 "의약분업 전 의원들이 취급했던 약값을 빼고 계산하면 44% 증가했지만 분업 후 사라진 약값이 건보 수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실제 진료비는 12.6% 느는데 그쳤다"고 반박했다.

또 동네의원 상위 30%가 진료비의 60%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보통 의원 70%의 연간 청구액은 1억8천여만원이어서 정부 주장만큼 그리 많이 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건강보험이 안되는 비보험 진료와 교통사고 환자(자동차보험), 산재보험 환자, 의료보호 환자 수익을 더하면 의협이 주장한 것보다 20~40% 더 많은데도 이를 뺀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동네의원의 수익 변화에 대한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의사협회는 보험 수가 인하에 반발해 철야농성을 벌인 데 이어 다음주 휴·폐업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하기로 해 의·정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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