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경험 부족… 아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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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올해 초 정부가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거점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주한 외국 비즈니스계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지역 본부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선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를 중심으로 한국이 홍콩·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유리하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회의적 전망이 우세하다.

편집자

20여명의 주한 외국기업인들이 만든 스터디그룹인 '코리아글로벌포럼'회원들은 최근 서울 힐튼호텔에 모였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아태지역 본부 유치 문제를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지역거점 유치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유치 가능성 및 효과 등에 대해선 반론과 이견을 숨기지 않았다.

태미 오버비 암참 상근 부회장은 "한국 정부의 지역거점 유치 시도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암참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그러나 한국 정부가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암참이 최근 서울·도쿄·싱가포르·홍콩·상하이 등 아시아 5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환경'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정보과학(IT)부문의 인프라·인적자원 등에선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으나 세금·외환 관리·노사부문 경쟁력에선 매우 뒤처지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페트릭 쿠벤 크레디 아그리콜 이도슈에즈 대표 겸 주한프랑스상의(FCCIK)회장은 한국 공무원들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그는 "한국의 고위 공무원과 기업 최고경영진은 외국기업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데 반해 정작 실무진들은 아직도 외국기업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이들과 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베인 & 컴퍼니코리아 베르트랑 프앙토 부사장은 "한국 정부의 글로벌기업 지역거점 유치활동은 진정한 의미의 외자유치 정책이라기보다 '보여주기'정책 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기업 지역거점의 역할은 생산판매 기지 배치·이전 등 지역내 전략을 짜는 역할인데, 언어 문제나 국제화 등에서 경험이 부족한 한국에서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단일 민족이라는 국민적 특성이 국제화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줄릭파마코리아의 크리스티안 스토클링 대표는 "한국 정부가 외국인 우대 차원에서 제주도를 특구(特區)로 바꾸려하고 있지만, 정작 중앙 정부와 한국기업들과의 유기적 협력은 어렵다"며 "서울과 떨어져 있는 특구로 아태본부를 이전하려는 외국기업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외국어 등 의사 소통과 교육시설 등 외국인을 위한 인프라 부족(미셸 캉페아뉘 알리안츠제일생명 사장)▶규제 완화 미흡(토니 미쉘 이스트아시아 비즈니스 컨설턴시 대표)등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외국인 투자 옴부즈맨 사무소의 김완순 박사는 "정부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홍콩 등을 의식해 거점유치 전략을 만들기보다 우수한 인재·다양한 인프라 등 한국의 장점과 중국과 일본을 잇는 독특한 지형적 메리트를 적극 알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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