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중간수사 발표로 본 이수동 의혹> 김홍업씨가 건넨 4,400만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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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수동씨 부부 계좌에서 추가로 발견된 돈이 김성환씨가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에게 빌려 준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이 돈의 출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의 하나 김성환씨가 이용호씨측의 자금을 김홍업씨에게 전한 것으로 나타날 경우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는 첫 케이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성환씨는 1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수동·이용호씨와 무관한 돈임을 강조하며 "조만간 특검팀에 출두해 사실을 밝히겠다"고 말해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특검팀이 이수동씨 등에게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한 金씨의 돈은 1억원.

그 중 4천4백만원이 수표로 이수동씨 부부 계좌에 입금됐다. 나머지 5천6백만원은 아태재단 관계자 등이 사용했다고 밝혔다. 아태재단 연구원이 배서한 1천만원짜리 수표도 추적과정에서 나왔다.

아태재단측은 "올초 재정난 때문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23명을 연봉제로 계약하는 과정에서 이수동씨의 경우 5천여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며 "이 과정에서 돈이 모자라 金부이사장이 김성환씨에게서 차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용호-김성환-김홍업씨로 이어지는 자금거래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성환씨가 신승남(愼承男)전 검찰총장에 대한 이용호 수사 축소 외압 시도와 관련, 한때 이형택씨에게서 신승환씨의 금품 수수 사실을 愼전총장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점이 그 이유 중 하나다.

또 이용호씨에게서 5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었던 김홍업씨의 측근이자 모 방송사 간부인 李모(44)씨와도 사업 관계가 있어 세 사람 사이가 연결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본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성환씨가 부인의 차명계좌에서 이수동씨에게 돈이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잠적한 점도 이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환씨는 이런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기자에게 "이용호씨나 이수동씨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며, 이용호씨에게서 1원 한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의 돈은 모두 내 돈으로 가정부의 이름으로 된 아내의 차명계좌에 있다"며 "이수동씨와 돈 거래는 없었지만 김홍업씨와는 돈을 빌리고 받는 사이여서 그 돈이 아태재단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수동씨에게 퇴직금조로 건네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한편 특검팀은 이 돈이 이용호씨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용호 게이트'라는 특검팀의 수사범위를 벗어나 검찰에 이첩한다는 방침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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