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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비리 수사 본궤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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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공적자금 비리에 대한 수사가 본궤도에 들어섰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감사원 등이 불법대출·재산은닉 등의 혐의로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43개 사건이 대상이다.

공적자금비리 특별수사본부는 8일 그동안의 수사를 토대로 혐의가 드러난 일부 관련자의 사법처리 수순에 들어감으로써 파장이 몰아칠 것임을 예고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기업의 부실운영으로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한 사주(社主)와 임직원의 횡령 혐의는 물론 금융기관 관계자들의 비리혐의를 집중 수사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치권 등이 개입한 권력형 비리의혹도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불법자금 구멍 메운 공적자금=소환이 통보된 새한그룹 이재관 전 부회장 등 10여개 기업체 임직원은 부실 경영이 밝혀질 경우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할 것을 우려, 이익이 난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분식회계)해 거액을 대출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구속된 서울차체 노방현 전 회장은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돈 중 3백50억원을 빼돌려 회사 채무가 2천억여원대에 이르게 했다.

결국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파산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또 세풍의 고대원 전 부사장은 1996년 지방의 한 민영방송국 설립을 추진하면서 회사 돈 39억원을 마음대로 빼돌려 사용하는 등 회사의 부실을 초래했다는 것이 수사본부의 설명이다.

특히 일부 기업주들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으로 주식투자나 세금대납 등 사적인 용도에 사용하는 한편 가족들을 통해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자제품 부품업체인 코라캠 송규동 대표는 회사 공금 17억원을 주식투자 등에, 서울차체 盧전회장은 2억여원을 개인 양도세에 지출하는 등 회사돈을 사적인 용도에 썼다고 한다.

수사본부는 이밖에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일부 기업체 임직원의 경우 가족을 통해 수십억원대의 공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인망식 수사될 듯=수사본부 관계자는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한 기업체들은 모두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수사를 통해 부실 기업체 임직원의 비리 혐의를 샅샅이 뒤지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사본부는 새한그룹 李전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시작으로 수사의 범위를 넓혀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자민련 김용채(金鎔采)부총재가 공적자금 비리수사 와중에 수뢰 혐의가 적발된 것처럼 정치권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개입 의혹에 대해 수사가 이뤄질 경우 선거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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