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 전두환 셋째 며느리가 소유주 2층 與 "실제 주인은 정치인" 주장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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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종로구 가회동 1의5 경남빌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사는 곳이다.3층(302호)에 李총재,4층(402호)에 딸 연희씨가 산다.2층(202호)은 미국에 체류 중인 장남 정연(正淵)씨가 한국에 올 때 머문다.

이 빌라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8일 "등기상 소유주와 실제 전주(錢主) 사이에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이 "202호의 실제 소유주는 李총재와 정치적으로 가까운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李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를 얻은 친척으로부터 가끔 빌려쓴 것이어서 누가 소유주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등기상 202호의 소유주는 金모(34)씨. 이 金씨의 아버지 金모씨는 李총재의 빌라 맞은편에 있는 3층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여권 인사는 "실제 소유주는 한나라당의 L전의원이란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본지의 확인에 아버지 金씨는 "무슨 돈으로 샀는지 알 필요 없지 않느냐"면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는 또 여권에서 실소유주로 지목하고 있는 L전의원과의 관계를 묻자 "처음 들어본다. 그 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부인했다.

◇402호 소유주는 전두환 전 대통령 셋째 며느리=李총재의 딸 연희씨가 월세로 들어온 402호의 소유주는 이윤혜(31)씨다. 李씨의 주소지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95의4. 이순자(李順子)여사의 명의로 돼 있는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의 자택이다. 이윤혜씨는 全전대통령의 3남인 재만(在滿·31)씨의 부인이다.

이윤혜씨는 한국제분 이희상 회장의 딸이다.李회장은 1996년 全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던 검찰이 全전대통령의 채권 1백60억원을 차명으로 소유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당시 李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진술해 국세청에서 증여세 64억원을 부과받았다.그러자 李회장은 다시 "내가 번 것"이라고 번복했으나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이윤혜씨가 빌라를 구입한 시기는 재만씨가 대학생이던 1996년 10월 14일,25세 때다.재만씨와 결혼(95년 4월 29일)한 지 1년반 만이다. 비자금 사건의 추징금을 완납하지 못한 全전대통령이 사줬다면 압수 대상이 될 수 있다. 全전대통령 비서진은 "재만씨 부부는 외국에 나갔다.우리는 사생활 문제는 모른다"(장해석 비서관)고 했다가 "서울 근교에 외출했다"(이택수 비서관)고 말을 바꿨다.李비서관은 "(재만씨는)결혼 후 줄곧 全전대통령 내외와 함께 살았고 분가(分家)한 적이 없다. 가회동에 빌라가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이희상 회장은 비서인 장영수 대리를 통해 "출가한 딸의 재산 문제라 모르겠다"고 말했다.재차 직접 답변을 요구하자 李회장은 張비서를 통해 "관련 없는 일인데 나에게 물어볼 게 뭐 있느냐"고 말했다.

3층은 李총재의 사위 최명석 변호사의 부친인 최기선(64)씨 소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302호도 명의를 빌려준 것이고 전주(錢主)는 따로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신홍·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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