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이후 정치를 말한다 ② 김무성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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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김무성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김형수 기자]

“성직자·교수도 안식년이 있는데 청와대 참모들도 조금 쉴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김무성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3일 6·2 지방선거 이후 여당 내에서 나오는 청와대 참모 교체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영삼(YS) 정부 때 청와대 사정·민정비서관으로 일했던 2년의 경험을 떠올리며 “정말 잠자는 시간을 빼고 모든 시간을 나라를 위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년 하니 멍해지더니, 2년 하니 도저히 못하겠더군요”라고 덧붙였다. 인책론과는 거리를 뒀지만 결국 청와대 참모들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일요일인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지방선거 패배 후 당 수습 책임을 맡은 김 위원장을 만났다.

-선거 전에 질 거란 생각을 했나요.

“안 해봤습니다. 경남에선 한 표라도 이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원도는 크게 이기고…. 수도권 기초단체장도 이렇게 많이 낙선할지 몰랐지요. 민심 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반성과 충격입니다.”

-패인은 뭐라고 보시나요.

“제일 큰 건 야권은 후보 단일화를 했고 여권은 정체성을 같이하고 당을 같이하면서도 분열됐다는 겁니다. 공천 잘못으로 한나라당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했고요. 친이·친박의 당내 갈등 양상에 대해 국민이 큰 실망도 했고….”

-청와대 책임론도 제기되는데.

“내가 하는 일이 옳기 때문에 결과를 보여주면 국민이 이해할 거라는, 독선에 의한 여러 가지 일의 효율성만 강조한 추진, 그러니까 일의 내용은 국민이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 대해선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은 게 표심으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세종시 수정은 물 건너갔다고들 말합니다.

“국민과 충청도민의 뜻을 모으겠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할지 (야당과) 협의하겠습니다. 어쨌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할 수 없는 상황이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겁니다.”

-4대 강도 반대 여론이 높습니다.

“분명 치산치수 사업입니다.”

- 일부 강부터 하자는 속도 조절론도 있습니다.

“강 유역에 사는 분들이 가장 잘 압니다. 대통령이 대운하 안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정치권이 국론 분열에 앞장서서야 되겠습니까.”

-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겠다고 했는데요.

“전당대회에서 젊은 사람들이 도전할 분위기를 만들겠습니다. YS가 40대 기수론을 제기했을 때 당시 (야당 지도자인) 유진산 선생이 구상유취(口尙乳臭)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계기로 야당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발전을 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 추대론에 대한 생각은.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큰 지분이 있고 큰 사랑을 받는 분이 당을 살리겠다고 나선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 전 대표와 멀어졌는데요.

“저는 철저히 중립지대로 들어갔습니다. 비상한 국면을 맞아서 한나라당이 비상하게 변하려고 하는데 개인적 관계라든가 그런 건 다 떠나야죠. 상의할 건 하는 등 비대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할 겁니다.”

-여권 내에서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치권에) 개헌의 공감대는 있는 겁니다. 다만 당리당략을 떠나서 합의 볼 수 있는 틀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번 정기국회가 마지막 기회입니다. 거기서 합의 안 되면 못하는 겁니다. 합의의 장을 만들어줘야 하고 개헌은 국회에서 해야 합니다.”

18대 총선 때 그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됐다가 복당했다. 박 전 대표와의 관계도 기복이 있었다. “2인자여서 그랬던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정치인이 자기 정치를 안 하는 걸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동안 (자기 정치) 생각을 안 했고 어른들을 많이 모셨지요. 김영삼·이회창, 나중엔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했지요. 사심 없는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걸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정도로만 하지요.” 

글=고정애·허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6·2 이후 정치를 말한다 ① 정세균 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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