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熱' 식을지 여전히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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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뜨겁게 달아오르던 부동산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정부가 그간의 부양책 일변도에서 규제의 칼을 뽑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시중에 풀린 돈의 일부를 거둬들일 태세여서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주식시장 회복세로 부동산에 몰렸던 여윳돈의 일부가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수급상황▶정책▶금리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시장이 곧바로 얼어붙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지난해 말 이후의 급등세는 진정될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은 시장 변화를 차분히 지켜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투기 열기 진정될 듯=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무주택자 우선공급 등에 따라 투기 심리는 움츠러들 것 같다. 정부가 과열이 이어지면 언제든지 청약배수제, 분양가 부분 규제 등의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분양권 시장은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권 전매시기를 중도금 2회 납부 이후로 늦추면 환금성이 떨어져 가수요는 줄게 된다. 물론 음성 거래가 많아질 수도 있으나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의 시세조작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서울 3~5차 동시분양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분양권 전매제한은 법 개정을 거쳐 6월에나 시행하므로 그 이전에 통장을 쓰려는 이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주상복합·오피스텔에 대한 선착순 분양금지 효과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추첨방식을 택하더라도 아무나 신청할 수 있어 투기수요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상승과 통화환수 가능성=지난 1년간 부동산값의 가파른 상승은 무엇보다 저금리와 시중에 많이 풀린 돈에서 비롯됐다. 서울부동산컨설팅 정용현 사장은 "소비자들이 가뜩이나 가격 부담을 느끼고 있는 터에 금리가 오르면 상승세는 한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는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줄곧 5%대에서 머물다 최근 경기회복 기대감과 증시활황으로 6일 현재 6%대로 올라섰다. 아직 부동산 수요자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의 상승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초저금리권을 벗어난 것만은 뚜렷하다고 금융권은 분석하고 있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저금리에 따른 집값 상승 요인은 거의 반영됐으며 지금의 호가 상승은 심리적 요인이 더 크다"고 전했다.

부동산시장이 더 과열되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쓸 수 있다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 5일 2조원 규모의 통화안정채권을 발행해 통화량 흡수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공급부족 어느 정도 해소=올해는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이 4만6천8백여가구로 지난해보다 16% 정도 줄어든다. 그러나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서울에서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6만3백여가구로 올해보다 28.7%가 늘어난다.

재건축 이주수요 등을 감안할 때 이 정도 물량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주택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2000년 이후 공급한 오피스텔·주상복합아파트가 내년에 대거 입주하기 때문에 수급 여건은 갈수록 나아질 전망이다. 그린벨트에 임대주택을 포함한 10만여가구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공급된다. 이들 아파트가 입주하기까지는 3~4년이 걸리지만 집값 불안심리를 진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건설교통부는 보고 있다.

이같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활황세는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신영 정춘보 사장은 "금리가 여전히 낮고, 서울은 집이 모자라 올해는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활황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이희연 전무는 "청약통장이 늘어나 대기 수요층이 두텁고 서울·경기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이 본격화하고 있어 분양시장이 급격히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종수·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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