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2연패 월계관 결혼 선물로 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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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다음달 16일(한국시간 오전 1시) 열리는 제106회 보스턴 마라톤에서 2연패한 후 이른 시일 내에 결혼하겠습니다."

한국 최고의 마라토너 이봉주(32ㆍ삼성전자)가 보스턴 마라톤 출사표를 던졌다. 목표는 물론 우승이다. 이봉주는 4월 말이나 5월 초 동갑내기 약혼녀 김미순씨와 결혼하겠다고 밝혔다. 보스턴대회를 앞두고 충남 대천에서 마무리 훈련 중인 이봉주 선수와 삼성전자 육상단 오인환 감독(남자부문)을 만났다.

◇보스턴 2연패=오인환 감독은 "마라톤이란 워낙 변수가 많아 누구도 우승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우승했던 지난해보다 훈련량이 많고 컨디션이 좋아 2연패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회 이선수에 이어 2위를 한 실비오 구에라(에콰도르)와 케냐·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강자 등이 모두 출전해 치열한 레이스가 예상되지만 지금의 훈련 페이스를 이어갈 경우 우승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과거 두차례나 이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어 코스 사정에 정통하다는 점도 유리한 요소다. 이봉주는 "지난해엔 대회 두달 전 부친상을 당한 충격으로 체력훈련이 부족해 막판 애를 먹었다"는 말도 했다.

이봉주는 1월부터 체력과 지구력 배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 1,2월에는 대전 유성과 경남 고성에서 하루 30~40㎞씩 거리주 훈련을 했고, 2월 25일 대천으로 옮겨 보령댐 주변 40㎞ 코스를 매일 달리고 있다. 고성과 보령 코스는 보스턴대회 코스와 흡사해 지난해 대회 때 톡톡히 효과를 봤다.

보스턴 코스는 출발부터 20㎞까지 줄곧 내리막을 달리다 이후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져 유능한 마라토너라도 이런 환경에 적응이 안된 경우 체력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수가 허다하다는 것. 바로 고성과 보령 코스는 5㎞ 내외의 내리막과 곧바로 이어지는 2~3㎞ 오르막이 있어 근육 적응훈련에 안성맞춤이라는 설명이다.

이봉주는 또 2월 초부터 매주 두차례씩 웨이트 트레이닝도 병행하고 있다. 현지 적응을 위해 이봉주 일행은 4월 5일 출국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봉주는 1990년 청주체전에서 처음 풀코스에 도전(2시간19분15초·2위)한 뒤 지난해 12월 밀라노 국제마라톤까지 13년간 총 27차례 완주했다.

이선수는 "황영조가 '너무 힘들어 차에 뛰어들고 싶은 적이 많았다'고 했듯이 마라톤은 힘들고 고독한 운동"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즐기면서 기분좋게 훈련하려고 노력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 하나씩 보완해 나가다 보면 실력이 늘고 그만큼 보람과 즐거움도 따른다는 지론이다.

현재 체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적어도 34세가 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까지는 현역으로 남겠다는 각오다. 마라토너로서 최고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후 은퇴 여부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마라톤은 자신을 이겨야 하는 운동인 만큼 매사에 스스로를 참고 절제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결혼과 관련, 이봉주는 보스턴 대회가 끝난 후인 4월 말이나 5월 초에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약혼녀가 요즘 서울 오금동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보러 다닌다는 말도 했다. 예식장과 주례도 곧 결정키로 했다고 한다. 신혼여행은 약혼녀 의견대로 스위스 취리히로 갈 예정이다.

이봉주는 돈도 꽤 벌었다. 본인은 한사코 밝히기를 거부하지만 주변에서는 최소 10억원 이상은 모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 올해 대회에는 전년도 우승자로서 출전료만 15만달러(약 2억원)를 상회하는 돈을 대회 주최측으로부터 받았다.

대천=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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