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씨, 쌍용 경영서 손 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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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석원(金錫元·57) 전 쌍용그룹 회장이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쌍용양회측은 5일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金전회장이 공동이사회 의장직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金전회장을 상임이사 겸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金명예회장은 쌍용그룹의 창업자이자 부친인 김성곤 전 회장이 1975년 작고하자 회장으로 취임, 그룹을 이끌어오다 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 때 대구시 달성군 지역구(한나라당 소속)에서 당선돼 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98년 외환위기 이후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경영일선에 복귀, 쌍용정유·투자증권·중공업 등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진두 지휘했으나 4년 만에 다시 경영 일선에서 발을 빼게 됐다.

신임 이사회 의장 겸 쌍용양회 회장은 일본측 경영파트너인 태평양시멘트(TCC)의 이마무라 가즈스케(今村一輔)상담역이 맡게 됐다.

이마무라 신임 회장은 99년 일본의 3개 시멘트사(오노다·니혼·치치부 시멘트)가 합병해 설립한 TCC의 최고경영자를 역임했다.

이사회는 그러나 명호근 대표이사 사장과 스즈키 다다시(木忠)대표이사 부사장을 연임시키기로 의결했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한·일 양측의 공동 대표이사 운영 체제는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고 밝히고 "金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으나 서울 저동 본사 4층 사무실에 정상적으로 출근해 고문 및 자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에서 金전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일본 TCC측의 경영진이 회장으로 선임됨에 따라 일본측 경영 파트너의 직접 경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TCC측은 지난해 말부터 金전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2000년 10월 TCC가 29%의 지분(약 3억5천만달러)을 투자해 경영에 참여했으나 회사의 경영상태가 계속 안좋아 지난해 말 추가로 3천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매입했다"며 "이때부터 TCC측이 경영을 직접 챙기려는 의사를 본격적으로 내비쳤다"고 말했다.

창업주의 장남인 金전회장의 남동생(석준·석동) 중 막내인 김석동(41)회장은 98년 대만계 펀드인 H&Q에 매각된 쌍용투자증권(현 굿모닝증권)의 대표이사직을 잠시 맡다가 퇴진했다.

이로써 형제들 중 김석준(49) 쌍용건설·남광토건 회장(전문경영인)만 경영 현장을 지키게 된 셈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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