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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빈·프라하 … 도나우강서 예술을 낚은 도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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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예술의 강 도나우
베이징대륙교문화
미디어 엮음
한혜성 옮김, 산수야
240쪽, 1만5000원

“자유와 사랑/ 이 두 가지가 내게는 꼭 필요하네/ 사랑을 위해 내 삶을 바치네/ 자유를 위해 내 사랑도 바치리라”

이민족 지배 하에 있던 조국 헝가리에 대한 사랑과 끓어오르는 혁명 열기를 표현한 산도르 페퇴피의 시 ‘자유와 사랑’이다. 독립전쟁에 참여했다 28세에 요절한 이 시인은 헝가리 민족문학의 주춧돌을 쌓았기에 “노예의 선혈이 스며든 비옥한 흑토에서 생장한 한 떨기 가시 돋친 장미”라고 불렸다.

대부분의 독자들에겐 낯선 그의 삶과 문학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유럽 제 2의 강인 도나우 강변에 자리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버무려 낸 인문지리서이기 때문이다. ‘음악의 도시’ 빈, ‘문학의 도시’ 프라하 등이 다뤄지는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한 단어로 음악을 표현하라면 나는 빈을 떠올리고, 한 단어로 신비를 말하라면 프라하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단다. 그만큼 도나우는 유럽문화의 젖줄이었다.

일단 널리 알려진 빈의 음악가들은 젖혀 두고 프라하 편을 보자. 구(舊)시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백탑의 도시’ 프라하엔 국가가 보호하는 역사유적이 2000여 곳에 달한단다. 이와 함께 15세기 초 이곳에서 종교개혁의 횃불을 든 얀 후스가 실은 독일 성직자와 교황의 전횡에 맞섰던 것이란 사실을 들려준다.

핵심은 도나우 강을 무대로 활약했던 음악가· 작가 등의 이야기지만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가 원래 부다와 페스트란 두 도시가 합쳐진 것이라든지, ‘프라하’는 독일어로 ‘문지방’이란 뜻이란 등 색다른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국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를 옮긴 ‘문명의 강’ 시리즈이기에 이후 출간될 갠지스 강, 나일 강, 미시시피 강 편이 더욱 기대되는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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