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총론:전체흐름 분석 <1> 전국 1,100여명이 232곳 단체장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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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월 13일의 지방선거를 1백여일 앞두고 기초단체장 선거판의 흐름을 집중 분석,8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조사 및 분석 대상은 본지 전국 취재진이 당사자는 물론 각 정당·지역 선관위·지자체 등을 통해 파악, 3일 현재 기준으로 취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당별 공천자 선정 과정 등에서 일부 후보가 바뀔 수도 있어 향후 변경된 내용은 그때그때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오는 6월 치르는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의 전형(典型)은 '대졸 학력에 지방의회 의원을 거친 50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전국 2백32개 시·군·구의 단체장 선거 출마예상자 1천1백32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 평균 경쟁률은 4.88 대 1로 이 가운데 정치인이 6백98명(61.7%)으로 압도적 다수였다. 특히 현직 지방의원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 지방의원이 기초단체장으로 가는 주요 관문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 지난 민선 1,2기 선거 때에 비해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여성의 참여가 대폭 늘어난 점도 특기할 만하다.

◇후보자 전형=출마 예상자들의 프로필을 분석한 결과 학력은 대졸자(57.2%)가 대세를 이뤘고, 현직으로는 지방의원(23.4%), 나이는 50대(39.4%), 성별로는 남성(98%)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네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춘 인물도 61명(5.4%)이나 됐다.

◇소속 정당=소속 정당별로는 민선 2기 때와 달리 야당이 여당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에 당적을 둔 도전자는 37%(4백19명)로 민주당의 34.1%(3백85명)보다 2.9%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DJ정권 첫해에 실시됐던 민선 2기 선거 때는 새천년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 소속 후보가 25%(1백69명)로 한나라당의 21.9%(1백48명)보다 3.1%포인트 앞질렀었다.

또 자민련 소속은 73명(6.4%)이 도전, 민선 2기 때의 93명(13.7%)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민주국민당 소속이 3명, 민주노동당 소속 9명도 출마를 벼르고 있다.

◇직업별 특징=현직 지방의원 가운데 기초단체장을 노리는 인물이 무려 2백65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이 가운데 일부는 정당 공천자가 확정되는 시점에서 주저앉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비중이 전체 후보 예상자의 23.4%나 되는데다 기업가(65명)·자영업자(45명)·직업관료(33명)·교육계(41명)·법조인(14명)등 여타 코스를 거친 사람들보다 네 배 이상 많았다.

이는 지방의회 진출이 기초단체장이 되기 위한 주요 코스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 재출마를 선언한 현역 기초단체장 가운데 32명(13.8%)도 지방의원직(시·도의원 출신 26명 포함)을 거쳐 당선한 인물들이다.

반면 임명제가 유지됐다면 이 자리로 통하는 거의 유일한 코스였을 직업관료 가운데 이번에 도전장을 낸 사람은 중앙부처·지자체·산하기관을 통틀어 33명(2.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임도빈(任道彬)교수는 "지방의회 활동은 자치단체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수업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관료를 제외하고 내부사정에 지방의원만큼 밝은 사람이 없어 이들이 대거 단체장직에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고령화=1995년(민선 1기), 98년(2기) 기초단체장 후보 등록자들과 비교한 결과 후보자들이 갈수록 고령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만 놓고 볼 때 민선 1기 때는 23.8%였다가 2기 때는 30.3%로 늘어나더니 이번에는 모두 4백21명이 도전장을 내 그 비중이 38%로 확대됐다.

60세는 5급 이상 공무원의 정년으로 임명제 아래선 더 이상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나이로 간주됐으나 민선제가 되면서 오히려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민선 1기 때 한명이던 30세 미만은 2기에 이어 이번에는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고, 30대는 1기 4.9%에서 2기 4.7%로 줄어들다가 이번에는 2기 때의 3분의 1 수준인 1.4%까지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진출 도약=날로 커지고 있는 우먼파워를 반영하듯 여성 입지자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98년 당시 8명이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해 전체의 1.2%를 차지했으나 이번에 거론되고 있는 여성은 전체의 2%인 2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95년에는 12명으로 1.3%를 차지했다.

전체 입지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고 할 수 있으나 여성만 놓고 볼 때 인원수로는 세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두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현직 출마자=현직 단체장 가운데 재출마가 예상되는 곳은 전체의 87.5%인 2백3곳으로 조사돼 최소한 29곳(12.5%)은 물갈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 가운데 7명은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9명은 뇌물비리 등에 연루돼 자격을 상실했거나 구속 중이어서 출마를 포기했다.

정선(강원), 군위·의성(경북)군과 제주시는 현직 시장·군수가 워낙 막강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인지 이들 외에 거론되고 있는 인사가 없어 사실상 이미 당선이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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