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 불이 더 급한 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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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제4보 (86~109)=돌 살리기,즉 타개의 기술이나 감각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曺9단이지만 지금은 행마가 궁해 고심하고 있다. 백은 엷다. 중앙으로 뻗어나온 대마가 미생인 데다 좌변 흑도 움직이는 맛이 고약하다.대마가 잡힐리는 만무하지만 자칫하면 하변 일대에 흑의 떼집이 날 우려가 있어 걱정이다.

86에 젖힌 것은 행마의 흐름을 찾으려는 의도. 그런데 창하오9단이 87,89로 강경하게 나오자 후퇴를 모르는 曺9단은 '그렇다면'하고 최강으로 맞서버린다. 90으로 한번 때려낸 다음 92로 나가 두 점을 잡아버린 것이다. 이 장면에 대해 국후 曺9단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심했다. 이 바람에 백은 더욱 엷어져 운신의 폭이 극도로 좁아졌다. "(曺9단)

정수라면 '참고도'백1로 그냥 움직이는 것일 게다. 이것은 아직 흑A가 없는 상황이어서 백도 실전에 비해 숨쉴 공간이 넓다. 다만 흑2의 선수가 안성맞춤이어서 강한 성격의 曺9단으로서는 이것을 눈뜨고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창하오가 강자고 曺9단은 약자인 상황. 약자가 강자에게 대든 후유증은 컸다. 우선 93에 돌이 오는 바람에 96(흑의 곳)이 급했고 97로 얻어맞자 백은 근거를 완전히 상실한 모습. 오직 삼십육계 줄행랑뿐인데 흑이 101,103으로 가르고 나오자 백은 A와 B 양쪽이 다 급하다. 어느 쪽 불이 더 급한 불인가.

박치문 전문위원

협찬 : 삼성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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