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일약 세계적인 컬렉터로 자리매김한 ‘찰스 사치(Charles Saatchi)’. 그는 현대미술을 수집하는 슈퍼컬렉터다. 그와 같은 사람은 세계적으로도 10명이 채 안 된다. 사치는 지방을 다니며 소질이 뛰어난 작가를 발굴, 전폭적으로 지원해 세계적인 작가로 키워낸 매니지먼트(management)로도 유명하다.
지방의 한 중소도시 아산에서 세계적인 미술시장 허브도시의 꿈을 키워 나가는 사람이 있다. 아산갤러리 김수열(47) 관장. 그는 지방에 있는 작가를 발굴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를 만드는 게 꿈이다.
한국 미술계의 ‘찰스 사치’ 별칭을 듣고 싶다는 김수열 관장은 아산갤러리를 세계적인 화랑으로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조영회 기자]
순탄치 않은 인생 여정
김수열 관장이 아산갤러리를 만들기까지의 인생을 보면 우여곡절이 많다. 수차례 사업에 성공해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잇따른 부도와 폭력배들의 갖은 협박으로 재산을 모두 날리는 등 인생의 나락까지 경험했다. 김 관장의 본래 직업은 건축업이다. 경남 합천 출신의 그는 부산의 중견건설회사에 입사한지 불과 1년 만인 27살 나이에 주택건설 회사를 차렸다. 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부도를 맞았다. 무일푼 단칸방에서 여관을 전전하며 인생의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건축 외장재 시공업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 때부터 그림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우연히 간 거울가게에서 발견한 미술 작품 1점. 10만원을 주고 산 작품이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된 전환점이 됐다.
수억원의 적자 열정만은 ‘부자’
2006년 5월16일 아산갤러리가 탄생했지만 누적적자는 해마다 늘어났다. 개관 2년 만에 5억6000여 만원의 손실을 가져왔다.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든 상황까지 내몰렸다. 당시 건물을 임대 했지만 월세를 내지 않아 시설 철거명령과 함께 결국 거리로 나와야 했다. 하지만 지인의 도움으로 지금의 아산갤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때마다 함께 해준 유일한 동반자 아내(문정미 대표)의 힘이 컸다. 식당에서 일하며 사무실 운영비와 두 자녀를 키웠다. 휴관을 하면 어느 정도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었지만 단 한번도 출입문을 닫지 않았다.
세계로 뻗는 아산갤러리
김수열 관장은 “찰스 사치는 지역 작가들을 지원해 유명 작가로 만드는 매니지먼트의 역할을 한 후원자이자 유명한 컬렉터”라며 “아산갤러리도 지역에서 소질이 뛰어난 화가를 발굴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로 만드는 허브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단 하루도 이 일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한결 같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노라고 기꺼이 자신하는 이유는 이 지역 미술계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라며 “천안·아산을 전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으로 만들어 지역 문화예술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