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박근혜의 파괴력 찻잔속 태풍이냐 빅뱅 신호탄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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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사진)부총재가 마침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한나라당 경선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朴부총재를 중심으로 한 '탈당(脫黨)' '정계개편' '제3후보론'등 정국 변수는 거세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문제는 朴부총재가 과연 얼마만큼의 파괴력을 갖고 있는가다.

◇박근혜의 힘=26일 밤 대구의 한 술집. 30대 회사원 두명이 술잔을 기울였다.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대통령선거에 나올까."

"글쎄. 어른들이 워낙 좋아하니 모르지."

50대 택시기사인 李모씨는 "대구에서 밀어준다고 될는지… 정권교체가 더 급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또 다른 택시기사는 "박근혜씨 인기 좋습니다"고 하다가도, "이회창 총재와 박근혜 부총재가 대선에 출마하면 누구를 찍겠느냐"는 물음에 "이번엔 박근혜씨가 참아야지요"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朴부총재의 대중적 인기는 다들 인정한다. "대단하다"(金滿堤의원), "파괴력에선 최고"(金潤煥 민국당 대표)라고 평가한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이남영(李南永·숙명여대 교수)소장은 "朴부총재의 표는 적어도 2백50만표"라고 주장했다. 李소장은 "지난 대선 때처럼 JP식의 막판 협상도 가능할 것"이란 예측도 했다.

에이스리서치 조재목 사장은 "영남지역에서 朴부총재의 임팩트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 50만표 이상을 움직일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朴부총재뿐"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朴부총재가 한나라당 비주류 역할을 하면서 충청·영남에서 지지도가 빠졌지만 제3후보가 돼 제 목소리를 내고 치고 나가면 영남에서 얼마든지 표를 모을 수 있고, 李총재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분없는 포기"=그러나 전혀 다른 전망도 나온다. 李총재 측근은 "朴부총재의 인기는 지지가 아니며 이미지"라고 잘랐다.한 당직자는 "박찬종씨 등 대중적 인기만 가지고 대선에 출마해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 TK 출신 의원도 "영남지역의 첫째 정서는 정권교체"라며 "지난 대선에서 이인제씨의 경우를 경험한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들이 제3후보에게 표를 줘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박근혜 부총재는 스스로의 비전과 정책을 보여준 일이 없다"면서 "부친인 박정희전 대통령의 후광과 이회창 총재에 대한 비판만으로는 정치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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