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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고지 향한'베이스 캠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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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종합지수가 800 지평에 다시 올랐섰다. 2000년7월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국내 증시 역사를 되돌아볼 때 지수 800선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대개 800선을 정복하면 1,000선까지 수월하게 도달했다. 대세하락 과정에서도 800은 비교적 오래 버티는 지지선으로 작용했다.

한국 증시의 지수 800 진입은 최근 해외 각국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차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이는 IMF관리체제 이후 구조조정의 성과와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회계 투명성의 제고 등으로 고질적이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점차 해소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굿모닝투신운용 강신우 상무는 "주가는 단순히 수익이 좋아져도 오르지만, 수익성에 얼마만큼의 프리미엄이 붙느냐는 PER(주가수익비율)의 상승 정도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며 "올해는 한국 증시의 PER가 본격적으로 올라가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종합지수 8백선 돌파는 개인 투자심리 호전→증시로 본격 자금유입→주가 상승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흐름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금 유입은 언제부터=이달 들어 주식형 펀드(주식편입비율 60% 이상)는 2천3백90억원, 안정형 펀드(채권혼합형·주식비율 50% 미만)는 1조4천억원 가량 늘어났다.

투자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주식투자를 하긴 해야겠지만, 투자위험 때문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을 적절히 혼합해 투자위험을 낮춘 안정형 펀드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과 일부 법인들은 800선이 탄탄하게 지지되는 것을 확인한 뒤 주식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투자자문 박종규 사장은 "800대가 굳어지면 기관과 개인들은 상승장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들의 마음이 급해지면 자금 유입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전과는 달리 주가가 5개월간 급등했는데도 자금이 크게 유입되지 않는 것은 1998년과 99년의 '바이 코리아'후유증 탓으로 풀이된다.

당시 주가지수 900~1,000대에 펀드에 대거 유입됐던 자금 중 상당금액이 아직도 원본을 못찾고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주가지수가 8백50선 언저리에 접근하면 원금을 회복하는 펀드가 늘어날 것"이라며 "2년가량 마음 고생한 투자자들은 일단 원금을 회복하면 빠져나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변수가 복병=지수가 800을 뒤로 하고 힘있게 계속 오르려면 해외변수가 호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8일간 외국인들은 8천3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만약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다면 상승 탄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외국인은 차익을 실현하고, 과도하게 편중된 한국 비중을 낮추기 위해 당분간 매도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하지만 기관들의 매수여력이 높아져 외국인들 매물을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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