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중요한 소비자 보호제도 잘못된 인식 바꾸고 활용화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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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최근 우리 자동차업계는 자동차 결함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 리콜을 활성화하고 있고 소비자들 또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0년 한해 동안 국내에서 약 54만 대의 차량이 리콜됐다. 지난해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한편으론 제작사가 품질향상과 고객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우리 나라의 한 특파원으로부터 미국에서의 리콜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미국에서 어느 날 리콜 통보를 받고 자기 차에 무슨 큰 결함이 생긴 줄 알고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그는 자기 차는 별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리콜에 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딜러를 찾아가 리콜에 응했고 수리공은 리콜대상 부품을 교환해 주었다. 그리고 몇 개월 후에 다른 부품의 결함으로 또다시 리콜 통보가 왔고 똑같은 과정을 거쳐 리콜부품을 교환하였다.

그는 그 이후 리콜대상 차는 문제가 있든 없든 간에 결함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품은 사전에 무상으로 교환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리콜이란 메이커가 결함을 발견하고 소비자에게 서비스해 주는 제도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당시 심정을 술회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리콜에 대해 미국과 우리 나라의 제작사 및 소비자가 느끼는 인식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제작사가 아무 거리낌없이 리콜을 통보할 수 있고, 소비자는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고 리콜에 응한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리콜횟수가 지난해 연간 3백60건(대수로는 2천만 대)으로 하루에 1건 꼴로 발생할 정도로 리콜이 이미 생활화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자동차 리콜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늦게 도입(1992년)된 관계로 자동차 리콜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일부 소비자들은 리콜된 제품은 마치 하자가 많은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리콜제품의 회사 이미지까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자동차는 2만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최근에는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첨단 전자기능장치가 다수 추가되는 추세이다. 그러므로 제작사가 아무리 품질관리를 잘 한다 해도 결함이 전혀 없는 차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따라서 이러한 자동차의 속성상 사후점검 내지는 리콜을 실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하겠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헤아려 자동차 리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며, 리콜은 제품의 결함과 관련된 사고로부터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그리고 재산상의 피해를 보호해 주는 중요한 소비자보호 제도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만약 소비자들이 리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계속 갖고 있다면, 이는 제작사로 하여금 자발적 리콜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소비자는 질 좋은, 완벽한 제품을 이용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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