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결렬-재협상'새벽까지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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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철도·발전·가스 등 3개 공공부문의 노사협상이 25일 새벽까지 협상-결렬-협상 재개 등을 거듭하며 진통을 겪은 가운데 노조원 1만여명은 24일 오후 7시쯤 서울대와 건국대 캠퍼스에 집결해 밤샘 농성을 벌였다.

철도노조 집행부는 야간 근무자들에게 서울·대전·부산·영주·순천 등 전국 5개 권역별 거점에 집결해 농성을 벌이라는 투쟁 지침도 내려보냈다.

한편 경찰청은 공기업 노조의 파업에 대비, 한전 본사와 서울·부산 등의 철도차량정비창·기지창 등에 모두 65개 중대 7천8백여명의 경찰력을 배치했다.

◇새벽까지 협상 진통=밤 12시가 훨씬 넘어 재개된 심야협상을 통해 가스 노조는 쟁점사항에 대해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철도와 발전 노조는 진통을 거듭했다.

3개 노조가 가스는 한국노총, 철도와 발전은 민주노총 등으로 소속이 다른데다 쟁점과 입장 차이가 커 개별협상 및 의견조율에 난항을 겪었다.

특히 발전노조측이 가장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파업 최종 결정을 놓고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24일 오전에 시작된 3개 공공노조별 노사협상은 오후 5시쯤 중단됐다.

노조측 교섭위원들은 "파업을 눈앞에 둔 긴박한 상황에서도 사측이 진전된 안을 내지 않는 것은 협상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며 협상장을 떠났다.

반면 회사측 교섭위원들은 "정부 기관으로서 관련 법령·규정을 지키며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다 제시해 더 이상은 무리"라고 맞섰다.

중단됐던 협상은 오후 7시30분 방용석 노동부 장관과 노조 대표들의 만남을 계기로 다시 심야 개별협상으로 이어졌다.

◇노조원 밤샘 농성=24일 오후 6시쯤 각 협상장에서 노사간 이견 조정에 실패하자 노조원들은 곧바로 농성장으로 집결했다.

'단결·투쟁'이란 머리띠를 하고 건국대 학생회관 앞 노천강당에 모인 철도노조원 3천여명은 "철도 민영화 철회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노천광장에선 발전노조원 5천5백여명과 가스노조원 1천5백여명 등 7천여명이 민영화 저지를 위한 총파업 전야제 행사를 벌였다. 노조원 4백50여명으로 구성된 사수대가 각목과 휘발유까지 준비한 채 정문 등을 경비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편 발전회사들은 이날 오후 발전시설 운전 교대인력이 출근하지 않아 간부와 퇴직 직원 등으로 구성된 대체인력 2백여명을 긴급 투입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2시 여의도공원에서는 노조원 1만7천여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기간산업 민영화 중단'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승녕·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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