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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현혹 私금융 사기 극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서울 양천구의 주부 朴모(48)씨는 지난해 3월 "투자액의 8%를 매달 보장해준다"던 A사에 4백만원을 투자했다.

외국계 음식 체인점인 P사의 중국 진출권을 갖고 있다는 소위 사설금융업체 A사측의 선전을 친구에게서 듣고 결정한 투자였다.

약속대로 매달 32만원을 통장으로 송금받던 朴씨는 돈을 더 불릴 수 있겠다는 마음에 지난 10월 투자액을 9천만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두달 뒤 강남경찰서에서 A사가 불법 유사 수신행위로 적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친척들의 푼돈까지 끌어모아 넣었던 朴씨는 "당장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며 망연해하고 있다.

그럴싸한 소재로 포장해 고금리 수익을 장담하는 사설금융업체들의 한탕성 금융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저금리·저주가 시대에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서민들을 유혹해 돈을 모으고는 부도를 내거나 아예 잠적해버리는 것이다.

서울경찰청이 최근 한달간 서울에서 집계한 유사수신 행위 피해자는 무려 45만여명. 피해규모는 5천3백억원에 이른다.

보편적인 수법은 투자자에게 몇달간 높은 배당금을 주다가 신기술이나 그럴듯한 사업계획을 흘리며 추가 투자를 끌어낸다.

사설 금융업체 주관으로 중국까지 다녀온 주부 林모(38)씨는 "30여명의 투자자를 사업현장이라면서 데려갔고, 신규사업 조인식 때는 중국 관료라는 사람도 나왔더라고요. 의심하지 않고 1억원을 투자했다가 날려버렸지요"라며 하소연했다.

21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적발된 D사는 '북한의 오염되지 않은 농수산물을 수입해 팔겠다'며 1백20명에게서 17억원을 끌어들였다. 대북관계 개선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이용한 것.

최근엔 월드컵 캐릭터 사업을 내세워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사례도 생겨났으며, 컨설팅·투자자문사까지 만들어 주로 주부를 공략한다.

서울대 홍두승(洪斗承·사회학)교수는 이를 "벤처 붐으로 하루 아침에 투자액의 수십·수백 배를 번 우리 사회 성공신화의 후유증"이라고 진단했다.

금감원 비제도금융조사팀 관계자는 "제대로 된 금융기관인지 여부는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문제는 민사소송을 거치지 않고는 피해액을 되찾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 송용욱(宋龍旭)지능계장은 "'은행 금리 이상을 보장한다'는 유혹은 무조건 의심하라"고 말했다.

강주안·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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