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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明洞' 패션1번지 부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앙로.

점심시간이 지나 직장인들의 발길은 뜸해졌지만 거리는 10대와 20대 젊은이들로 꽉 들어차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주변 상가는 4~5층 규모의 대형 커피 전문점과 중저가 의류점 등으로 들어찼고 매장 개조 작업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날 옛 코스모스백화점 자리에 문을 연 대형 패션복합몰 아바타의 개점 기념행사에는 4천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명동이 '패션1번지'로서의 명성 되찾기에 나섰다. 대형 쇼핑몰은 물론 패션 전문점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젊은이들의 발걸음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명동 상가번영회 현영호 부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70만명 정도로 줄었던 하루 유동인구가 지난해 말부터 평일 1백50만명에 이를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사실 명동 상인들에게 1990년대는 '잃어버린 10년'이었다. 패션과 문화의 1번지를 자부하던 명동이 강남과 동대문에 주도권을 뺏기고, 외환위기 이후 종금사 등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금융부문도 위축됐다. 하지만 최근 명동에 사람과 돈이 다시 몰려드는 '컴백 명동'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부활하는 '유행1번지'=명동의 재기를 이끌고 있는 것은 대형 복합몰들이다. 70~80년대 명동의 유행을 주도했던 유명 디자이너숍·대기업 직영매장 등이 줄어든 대신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대형 복합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

96년 유투존을 시작으로 2000년 밀리오레, 지난해 5월에는 캣츠가 연이어 문을 열었다. 올해에는 아바타에 이어 오는 28일 일본상품 전문몰인 재팬혼모노타운이 명동 입구에 문을 연다. 혼모노타운은 의류는 물론 자동차·로봇·게임기·음식 등 일본 관련 상품만으로 지상 6층 규모의 상가를 채울 예정이다.

아바타 정영섭 대표는 "그동안 명동이 외면당했던 것은 보고 즐길 것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영화관 등이 늘어나면서 10대와 20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경우 지난해 말 CGV 5개관이 개점했고 캣츠도 5개관을 운영 중이다. 인근 대한극장도 최근 개조 작업을 끝내고 얼마전 재개장했다.

기존 상가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오다노·TBJ 등 중저가 브랜드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월 매출이 7억원대에 이르는 매장도 생겨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스타벅스 명동점의 경우 최근 하루 방문 고객만 2천2백여명. 스타벅스 관계자는 "비슷한 규모의 강남역점보다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타 상권과 차별화가 성공 관건=개장 2년째를 맞는 명동 밀리오레는 매출이 늘고는 있지만 동대문 밀리오레와는 아직 격차가 있다. 명동 밀리오레 관계자는 "아직은 업체간 경쟁보다는 전체적으로 명동 상권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인터원 컨설팅 원창희 사장은 "과거 대형몰들이 유통에 대해 잘 모르면서 개발논리만으로 들어갔다가 실패한 사례들이 많았다"며 "명동 상권이 살아나려면 동대문 등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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