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측근 이수동씨 수사 임박하자 사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이용호씨의 돈 5천만원이 이수동(사진) 아태재단 전 이사에게 전달됐음이 20일 새로이 확인돼 이용호씨의 대(對)정치권 로비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는 그간의 의혹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를 계기로 이용호씨와 아태재단의 연루 의혹이 강하게 제기돼 아태재단에 대한 차정일 특검팀의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수동씨와 함께 3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金모 전 의원도 아태재단 간부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수동씨는 전남 신안 출신으로 197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경호실 차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金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다.

金대통령이 야당 시절인 94년 설립한 아태재단의 행정실장·사무총장을 거쳐 지난 18일까지 상임이사로 재직해 왔다. 재단측은 그의 사임을 "일신상 이유"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특검 수사망이 다가오자 사표를 낸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핵심은 이수동씨 등이 씨에게서 돈을 받은 대가로 그의 사업 확장을 도와주었느냐다.

특검팀이 이날 확인한 두 사람의 금품 수수 시기는 민주당 김봉호 전 의원에게 돈이 전달된 때와 같은 2000년 3월이다.

특검팀은 이수동씨가 그해 초 한국전자복권 전 사장 김현성(수배·중국 도피)씨를 통해 이용호씨를 알게 됐으며, 이후 이용호씨가 자신의 리빙TV가 경매중계권을 따내는 과정에 이수동씨를 정·관계 로비 창구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용호씨는 99년 말 리빙TV를 인수한 뒤 이수동씨에게 돈을 준 2000년 3월 잔금을 지급했으며, 두달 뒤인 5월 리빙TV 지분 50%를 85억원에 팔아 수십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金전사장은 이수동씨의 측근으로 알려졌으며, 이용호씨에게 회사 자금 30억원을 불법 대여하고 대가로 13억9천만원을 받은 뒤 잠적해 이 돈이 아태재단으로 유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왔다.

아태재단과 관련해서는 金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부이사장의 친구이자 아태재단 후원회 운영위원인 金모씨가 신승남 전 검찰총장에게 동생 승환씨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려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편 아태재단측은 20일 "이수동씨의 돈이 재단 후원금으로 들어온 적이 없다"고 재단과의 직접적인 관련을 부인했으며, 이수동씨측도 "개인적으로 썼지만 치부(致富)가 아니라 준(準)공익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그동안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이용호씨의 로비 행태로 보아 2000년뿐 아니라 지난해 2백56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삼애인더스 주가 조작 때도 그가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정·관계에 깊은 인맥을 형성한 때인 만큼 더욱 폭넓고 적극적이었을 것이라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