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온실가스 대책 의미 국내 총생산과 연계 사실상 배출량 늘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미국 행정부가 지난 14일 새로운 온실가스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국내외 환경·경제계가 그 파장을 놓고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2012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규모를 1990년보다 7% 줄이겠다'고 약속한 교토의정서(97년 기후변화협약)를 지난해 3월 이행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한 뒤 새 대책을 마련해 왔다. 이번 대책의 의미와 국내외 반응을 정리한다.

◇의미=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10년간 온실가스 배출 강도(强度)를 국내총생산(GDP) 1백만달러당 1백83t에서 1백51t으로 18% 줄이겠다"고 밝혔다. GDP를 기준으로 온실가스 발생량과 경제성장을 연계한 것이다.

미국 경제가 앞으로 10년간 매년 3% 성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배출 강도를 18% 낮추겠다고 해도 2012년의 총 배출량은 지금보다 10%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이 90년에 비해 매우 커졌다"면서 "이것까지 계산하면 90년 기준으로 30%가 더 배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반응=유럽연합(EU)은 교토의정서에 따라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년보다 7%를 더 줄이겠다고 합의한 미국이 오히려 배출량을 늘리겠다고 나선 것이라며 비판했다.

EU 집행위원회의 마고 월스트롬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안은 온실가스 감축으로 연결되지 않고 오히려 온실가스 증가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독일의 위르겐 트리틴 환경장관도 "부시 대통령의 대안은 구속력이 없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면서 "미국이 교토의정서에 복귀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갖고 있는 한국의 입장은 다소 복잡하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한화진 지구환경연구센터장은 "경제성장률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며 "국제협상의 전개 과정을 예의 주시하며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환경단체 입장에서는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비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