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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섹스로 권력 마음껏 조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미국의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 빌 플림튼(56)의 신작 '뮤턴트 에일리언'이 22일 개봉된다.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에 이은 4년 만의 장편이다.

애니메이션의 특징이 풍자와 과장이라고 할 때, 플림튼만큼 이것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감독도 드물다. 일반인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과감히 끄집어내고 한술 더 떠 '이런 건 몰랐을거다'라고 표현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피가 튀고 적나라한 남녀관계가 난무한다. 금기에 대한 무장해제야 말로 그의 전매특허인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권력을 희화하는 플림튼 특유의 방식으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관객들의 응큼한 상상을 한순간에 뒤집어버리는 도입부가 인상적인 '뮤턴트 에일리언'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주성 예산을 늘리기 위해 일부러 조종사를 우주 미아로 만드는 정부 고위 관리가 돌아온 조종사와 그 딸, 그리고 관객들의 공통의 적이다. 사건현장에서 호들갑을 떠는 방송사 아나운서나 사람들을 모아놓고 집회활동을 하는 신흥종교인도 언론 권력이나 종교 권력이라는 면에서 플림튼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세상은 결코 디즈니 만화처럼 예쁘지만은 않다"는 플림튼은 "난 끊임없이 남용되고 있는 권력이 싫다. 그래서 그들은 내 그림 안에서 마음껏 조롱당한다"고 말한다. 2001년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플림튼의 그 자유분방함에 높은 점수를 주어 대상을 선사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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