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도 뉴스인가' 두보의 시 '춘망'을 읽는 재미와 정보 : 이어령 명예교수 강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난 6일 중앙일보에서는 "'봄도 뉴스인가'-두보(杜甫·712~770)의 시 '춘망(春望)'을 읽는 재미와 정보"를 주제로 이화여대 이어령 명예교수(본사 고문·사진)의 강좌가 열렸다. 이교수는 사회나 개인의 고유 문화를 갈등없이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본지 학생 명예기자들이 강연을 듣고 그 내용을 요약했다.

편집자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나라가 패망하니 산과 냇물만 남아 있고/성춘초목심(城春草木深)-성안에 봄은 와도 초목만이 무성하도다/감시화천루(感時花?淚)-어수선한 시절을 생각하니 꽃을 봐도 눈물이 흐르고/한별조경심(恨別鳥驚心)-이별을 서러워하니 새 소리에도 가슴이 두근댄다/봉화연삼월(烽火連三月)-봉화불은 석달을 두고 끊이지 않으니/가서저만금(家書抵萬金)-집안 소식은 만금이 싸구나/백두소사단(白頭搔史短)-흰머리 긁으니 또 짧아지고/혼욕불승잠(渾欲不勝簪)-이제는 비녀조차 이기지 못하겠구나"

봄을 노래한 두보의 시 '춘망'입니다.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것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은 모두 다릅니다.

오늘 주제가 '봄도 뉴스인가'인데, 봄은 뉴스가 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신문에 가끔 '춘심(春心)'이라며 사진과 함께 스케치 기사가 실리지만 엄밀히 따지면 봄은 반복되기 때문에 뉴스가 될 수 없다는 말이죠.

그러나 봄을 뉴스로 만드는 사람이 분명 있습니다. 일상에서 뉴스가 나온다고 믿는 사람들 말입니다.

뉴욕 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데모대나 도심의 소음 속에 뉴스가 있는 것이 아니다. 침묵 속에서 뉴스를 찾아내는 사람이 진짜 신문기자"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평소 뉴스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뉴스가 있다는 것이죠. 프리드먼 자신도 우리가 뉴스라고 생각하지 않는 '햄버거'에서 뉴스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맥도널드 햄버거 대리점이 있는 나라들(1백21개국)끼리는 지난 20년 동안 무력 분쟁이 없었다는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햄버거를 음식으로만 보지 않고 세계의 정치·경제적인 시각으로 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1천2백여년 전에 살았던 두보는 누구에게나 오는 봄, 늘 같은 봄, 수많은 사람이 한 목소리로 노래했던 봄에서 뉴스를 발견했습니다. 뭇사람들이 '자연'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봄을 '역사'의 관점까지 시야를 넓힌 것이죠.

두보는 '춘망'에서 역사적 공간을 국(國)→성(城)→가(家)→신(身=白頭)으로 심화하고, 자연적 공간을 산하(山河)→초목(草木)→화조(花鳥) 등으로 풀어가며 자연의 봄은 왔지만 역사의 축에선 봄(평화)이 오지 않았음과 지나간 젊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춘망'을 음미하며 두보가 평범한 계절의 순환 원리에 정치와 역사는 물론 인간의 삶까지 아울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 한 노력과 방법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춘망'에서 보였던 두보의 상상력과 희망이 지금 우리들에게 절실한 때입니다.

▶두보는 중국 성당(盛唐)시대의 시인으로 호는 소릉(少陵)이며, 주요 작품은 '북정(北征)' '추흥(秋興)' 등이다.

김아리·최상민(인천 백석고2·서울 경복고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