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없인 못살아~ 성남시 여성축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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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축구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직접 축구를 해보면 누구나 매니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성남시 여성축구단 단원들을 만나봤다.

경험없는 주부들로 구성된 아마추어팀

“뜬 공은 몸으로 막아야지!” “이 쪽으로 패스해!”지난달 28일 오전 성남시종합운동장 보조구장. 국민생활체육회 성남시 여성축구단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다음달 3일 문화체육부장관기 국민생활체육 경기도 여성축구 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 여성축구단은 2008년 6월 결성됐다. 단장인 성남시 축구연합회 김광호(56) 이사는 “축구는 심폐기능을 키워주고, 근력이 좋아지는 운동”이라며 “건강도 챙기고 재미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창단했다”고 밝혔다. 창단을 앞두고 그는 지인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축구단을 홍보했다. 이렇게 해서 모인 초기 회원은 주부 8명이었다. 모두가 축구 경험이 없었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참가해 오프사이드프리킥패널티 킥 등 규칙도 잘 모르는 이가 많았다.

초등학생 딸을 위해 유소년 축구단을 찾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여성축구단에 가입했다는 전옥희(46신흥3동)도 축구엔 문외한이었다. 전씨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축구장을 오갔다”며 “지금은 축구공만 보면 힘이 솟구치는 매니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컨디션이 나쁜 날은 남편이 축구를 하고 오라고 권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축구 초보자인 주부들에게 김 단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공과 친해지기’였다. 설거지청소 등 집안 일을 할 때도 공을 늘 옆에 두라고 당부했다. 연습이 있는 날은 축구 기술보다 스트레칭기초운동에 집중하며 주부들이 축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창단 두 달 후에는 국민생활체육회에서 주최하는 경기에 참여했다. 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이들은 3대 0으로 완패 했다.

“기를 살리려고 나간 경기에서 풀이 죽어서 왔다”는 김 단장은 “기술부족은 문제였지만, 회원들의 체력은 다른 팀 못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왕호(29) 코치가 합류하면서 축구단은 보다 체계를 갖추게 됐다. 창단 멤버인 위혜영(35분당
구 수내동)씨는 “초기에는 다들 헛발질하기 일쑤였다”며 “단장과 코치가 함께하면서 개개인의 전력이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성남시 여성축구단에선 15명이 뛰고 있다.
 
체력 증진? 스트레스 해소 효과 커

최은희(49서울 송파구)씨는 지난해 서울로 이사를 한 후에도 여성축구단 연습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다. 그가 축구를 시작한 것은 고질병인 허리디스크 때문이었다. 최씨는 “허리디스크로 10년 간 조깅걷기 등을 반복하던 중 축구를 시작했다. 운동량이 많고 거친 운
동이라는 생각에 걱정도 했지만 오히려 폐활량이 좋아지고 디스크도 호전됐다”고 전했다.
천식으로 고생했다는 전씨도 “축구를 시작한 후 천식이 나았다”며 말을 거든다. 약을 복용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몸이 좋아졌다는 것.

손옥희 (51분당 서현동)씨는 “스트레스 해소에는 축구가 으뜸”이라고 말한다. 공을 “뻥~” 차면 스트레스도 풀린다는 것이다. 팀원들과 어울려 경기에 임하다 보니 협동심도 늘었다. 팀의 최고령자인 한 손씨는 “축구는 체력소모가 크고 다치기 쉬운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개인 체력에 맞춰 연습량을 서서히 늘리기 때문에 다칠 염려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근력이 키워지고 폐활량도 좋아져 다른 운동도 쉽게 할 수 있게 됐단다. 그는 “축구 경기를 볼 때의 재미도 배로 늘어난다”며 “국가대표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내 모습을 대입해 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점도 있다. 위씨는 “주부들이 모이다 보니 시간에 제약이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성남시 여성축구단은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낮 12시 성남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연습을 한다. 축구에 관심있는 여성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사진설명]성남시 여성축구단 선수들은 축구를 통해 건강과 활력을 되찾았다고 입을 모은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문의=031-757-2251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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